국제 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가 7일(현지시간) 배럴당 80달러를 돌파했다. 80달러를 넘어선 것은 8월 26일 이후 처음이다.
이스라엘-가자 전쟁이 1년째로 접어든 이날 중동 전쟁 확전 우려 속에 유가가 3% 넘게 급등하며 5주 만에 최고 수준으로 뛰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가자 지구를 장악하고 있는 이슬람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날 이스라엘에 로켓을 발사한 가운데 브렌트는 지난 주말보다 3% 넘게 급등한 배럴당 80.44달러를 기록했다.
브렌트는 4월 초 이후 급격히 하락하다 8월부터 다시 상승 흐름을 탔다.
이란이 1일 이스라엘에 탄도미사일 180발을 발사하면서 지난주에는 9% 가까이 폭등했다.
지난주 상승률은 지난해 1월 이후 주간 상승률로는 최대를 기록했다.
이스라엘이 이란에 보복을 다짐하면서 이란과 이스라엘 간 갈등이 고조될 것이란 우려가 유가를 대폭 끌어올렸다.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이 만약 이란 석유 수출의 약 90%를 담당하는 핵심 시설인 카르그섬을 공격하면 유가가 폭등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보다 중요도가 떨어지는 아바단 정유시설도 공격 목표가 될 가능성이 있다. 아바단은 이란 석유 정제 능력의 약 17%, 휘발유 생산 능력의 13%가 집중된 곳이다.
더 큰 문제는 이스라엘의 이란 석유 시설 공격보다 이에 대응한 이란의 보복이다.
이란 석유 수출이 아예 막히더라도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증산만으로 석유 공급 부족을 메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란이 중동 석유 수출 길을 막으면 대책이 없다.
전 세계 석유 소비량의 20%가 움직이는 핵심 해상 교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이란이 틀어막으면 유가는 천정부지로 치솟을 수 있다.
이란 연안과 맞닿은 호르무즈 해협은 가장 좁은 곳이 21해리(약 38.8km)에 불과해 이 해협을 지나는 선박들은 이란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피격 당할 수 있다.
이란이 오랜 경제 제재로 공격 능력을 많이 상실했고, 미국 등이 해협 봉쇄를 막기 위해 노력할 것이어서 위험이 그렇게 높지 않을 수는 있지만 예멘 후티 반군이 지난해 홍해를 막으면서 선박들이 수에즈운하 대신 남아프리카 희망봉으로 우회했던 적도 있어 불안은 남아 있다.
이날 유가 폭등의 또 다른 배경은 헤지펀드들의 포지션 선회다.
헤지펀드들은 그동안 유가 하락에 베팅해 왔지만 최근 중동 정세가 심상찮게 돌아가면서 전략을 수정했다.
이들은 이제 유가 상승에 베팅하고 있다. 유가에 가짜 수요가 더해진다는 뜻이다.
IEC에 따르면 지난주 유가가 뛰기 시작하자 헤지펀드들은 유가 하락 베팅을 줄이고, 대신 유가 상승 베팅을 늘렸다.
유가가 오를 것으로 보고 선물을 사들이면 하락 요인이 많지 않은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유가 상승 압력이 가중된다.
다만 소시에테제네럴(SG)에 따르면 지난 3일 현재 컴퓨터 모델을 기반으로 베팅하는 헤지펀드들은 여전히 유가 하락에 베팅하고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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