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900살 은행나무부터 동백나무 군락까지… 산불에 속수무책

서윤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3.24 04:00

수정 2025.03.24 10:27

국가유산 피해 속출… 하동서는 두방재 부속 건물 2채 전소
산불 피해를 입기 전 촬영된 경남 하동 두양리 은행나무(왼쪽)와 불에 탄 현재 모습. 하동군 제공, 국가유산청 국가유산포털 캡처. /사진=뉴시스
산불 피해를 입기 전 촬영된 경남 하동 두양리 은행나무(왼쪽)와 불에 탄 현재 모습. 하동군 제공, 국가유산청 국가유산포털 캡처.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대형 산불이 전국 곳곳에서 발생하면서 수령 900년에 이르는 은행나무 등 국가유산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국가유산청은 주말과 휴일인 22, 23일 전국에서 산불이 잇따르면서 23일 오후 5시 기준 총 3건의 국가유산 피해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국가유산 자체 피해는 2건, 주변 피해는 1건이었다.

이날 국가유산청과 경남 하동군 등에 따르면 산청에서 발생한 산불이 하동 옥종면 일부로 확산하면서 경상남도 기념물인 '하동 두양리 은행나무'가 불에 탔다. 일부 가지는 남아 있지만, 상당 부분은 꺾이거나 불에 탄 것으로 전해졌다.



두양리 은행나무는 고려시대 강민첨(963∼1021) 장군과 인연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 문관인 강민첨 장군은 고려 거란 3차 전쟁 때 상원수 강감찬과 함께 출전해 귀주대첩을 승리로 이끌었다.

국가유산청 국가유산포털은 두양리 은행나무를 "강민첨 장군이 심은 나무로 전한다. 강 장군은 진주향교에서 공부하다가 이곳에 와서 조상의 사당을 짓고 제사를 지냈다"고 설명하고 있다.

나무의 높이는 27m, 둘레는 9.3m이며 나이는 900년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 1983년 도 기념물로 지정됐고 마을 사람들은 이 나무를 신성하게 여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유산포털에 공개된 안내판 설명에는 "마을 사람들은 이 나무에 지극정성으로 기도를 드리면 바라는 것이 이루어진다고 믿고 있어 자주 찾아오고 있다"고 돼 있다.

강민첨 장군을 모신 사당인 하동 옥종면 두방재도 화마를 피하지 못했다.

경남도 문화유산자료인 두방재는 지난 22일 부속 건물 두 채가 전소된 것으로 파악됐다.

강원도에서는 정선에서 발생한 산불로 인해 명승 '백운산 칠족령'의 지정 구역 일부가 소실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산불은 진화된 상황이다.

국가유산청은 재난안전상황실을 운영하면서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산불이 발생한 지역 주변 피해 여부를 확인 중"이라며 "피해가 발생한 국가유산은 응급 복구 계획을 세우고 긴급 보수비 지원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천연기념물인 울산 목도(目島) 역시 23일 오후 4시 3분께 발생한 화재로 200㎡가량이 불에 탔다. 목도는 대규모 동백나무 군락이 매력적인 숲으로 천연기념물 65호(1962년 지정)다.

불을 목격했다는 낚시객 신고로 소방 당국이 헬기를 동원해 1시간 50여분 만에 진화했고 인명피해는 없었다.

목도는 동백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몰리면서 숲이 훼손되자 지난 1992년부터 출입이 금지돼 보호에 나섰지만, 화재는 피할 수 없었다.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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