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공개변론은 초·중등학생들에게 한자교육을 하지 않고, 모든 공문서를 한글로 작성하도록 한 ‘국어기본법’ 제3조 등 현행법률이 헌법을 위반한 것인지 여부를 놓고 열렸다.
이 사건 청구인들은 감모씨 등 초·중등학교 교사와 재학생, 학부모, 출판사 대표, 교과서 집필자들로 모두 332명에 달한다. 이들은 ‘우리말에는 한자가 많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정확한 의미전달을 위해서는 한자가 함께 쓰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한자 역시 우리 글자이며 한자가 우리 글자라는 것은 관습헌법에 속하는 만큼 한글전용 정책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했다.
청구인 측 대리인인 김문희 변호사(법무법인 신촌, 전 헌법재판관)는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표음문자인 한글과 표의문자인 한자를 함께 사용해 두 글자의 장점을 적절히 채용해 왔다”면서 “한글과 한자를 함께 사용한 것은 헌법적 전통”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헌법조문도 상당수가 한자로 쓰여져 있다’면서 “한자를 우리 글자로 인정하지 않으면 헌법이 외국글자로 쓰여졌다는 것”인 만큼 “헌법적 질서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부(문화체육관광부) 측 대리인인 박성철 변호사(법무법인 지평)는 “1989년부터 신문들이 한글 가로쓰기로 바뀌기 시작했고 1999년에는 모든 신문들이 한글만으로 가로쓰기를 하고 있다”면서 “민간분야에서 자발적으로 시작된 한글전용이야 말로 헌법적 관행”이라고 반박했다.
또, “헌재도 과거 ‘한글이 우리글’이라는 것을 헌법사항 중 하나로 결정한 바 있다”면서 “한자혼용이 헌법적 관습이라는 것을 인정할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한자를 사용해야 단어의 뜻이 명백해 진다는 것을 놓고도, 청구인(위헌)측은 표의문자인 한자를 사용하면 단어의 의미를 더욱 쉽게 전달할 수 있고 다양한 상상력을 자극한다고 주장한 반면 정부 측 대리인(합헌)은 ‘부분적으로 타당하다고 해도 과장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박성철 변호사는 “‘불평분자’라는 단어와 물리·화학 분야의 ‘분자’는 같은 한자를 쓰지만 전혀 다른 의미로 쓰인다”면서 한자를 사용한다고 해서 반드시 정확한 의미를 전달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특히 ‘파충류(爬蟲類)’라는 단어의 한자상 의미는 ‘바닥을 기어다는 벌레 종류’라는 의미인데 실제는 공룡, 뱀 등을 의미한다는 것을 예로 들었다.
ohngbear@fnnews.com 장용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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