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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분석>우크라이나 사태, 미-러시아 '레드라인 심리전' 전개

이종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1.26 12:16

수정 2022.01.29 09:47

러시아, 옛 위상 회복의 꿈...세계 최강 미국과 승리 장담 못해
미국, 미·중 패권 상황서 러와 전쟁은 전략적 실책 가능성 높아
양 진영, 레드라인 넘을지 신뢰구축조치(CBM) 합의 필요할 듯
한국, 이번 긴장고조는 주한미군·북한문제와 직결... 대비해야
지난 2022년 1월 1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도네츠크 지역에서 한 우크라이나군 병사가 개와 함께 친 러시아 반군과의 대치 구역을 순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2022년 1월 1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도네츠크 지역에서 한 우크라이나군 병사가 개와 함께 친 러시아 반군과의 대치 구역을 순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우크라이나를 둘러싸고 러시아와 서방 간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다.

CNN, AP 등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는 이미 10만 이상의 병력을 우크라이나 국경지대 여러 방면에 집결시킨 상황에서 25일(현지시간) 크림반도와 우크라이나 남부 인근에서 6000여명의 병력이 동원된 훈련을 시작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인도양 부속 아라비아해 서쪽 해역에서 러시아와 중국 해군이 '평화의 바다-2022'로 불리는 합동 해상훈련을 실시했다"며 "러시아 태평양 함대 소속 1만1000t급 미사일 순양함 '바랴크', 6800t급 대형 구축함 '아드미랄 트리부츠', '보리스 부토마' 등과 중국 미사일 구축함 '우룸치'와 지원함 '타이후' 등이 훈련에 참가했다"고 밝혔다.

24일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미군이 배치 준비 명령을 통지받았으며, 임무에 투입될 경우 나토의 신속 대응군(NRF)을 수행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군 8500명 병력이 “출동대기 태세(High alert)”를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우크라이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상황이 통제되고 있다”며 “공황에 빠질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미국이 러시아의 침공 가능성에 대비해 주변국에 파병을 검토하고 있는 움직임과 관련해 차분한 대응'을 촉구했다.

현재 러시아는 긴장을 조성하며 레드라인의 방향으로 진행하는 것만은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 우선 10~17만 명의 지상병력과 준비시켜놓은 상태이고 140여척 이상의 군함이 참가하는 대규모 훈련에 나섰다. 이러한 병력규모를 고려하면 단순 국지도발을 넘어 전쟁까지 옵션에 두고 있다는 신호를 준 것으로 보이기에 레드라인을 향해 가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러시아는 '레드라인'을 넘을 것인가 러시아가 레드라인을 넘는다면 미국은 이를 방기(abandonment)할 것인가 아니면 연루(entrapment)될 것인가에 대해 분석해 본다.

사진=뉴스1
사진=뉴스1
레드라인은 4단계인 ‘전쟁’ 단계로 이는 전면전 감행뿐 아니라 선전포고 등 전쟁과 직접 관련된 여러 조치를 포함한다. 그렇다면 러시아는 레드라인을 넘을 것인가

반길주 인하대학교 국제관계연구소 안보연구센터장은 "전장에서의 국면을 '평시→긴장조성→국지도발→전쟁'이라는 4단계로 본다면 지금은 2단계인 ‘긴장조성’ 국면이라고 할 수 있다"며 "러시아가 실제로 레드라인을 넘을지는 미국의 대처를 보고 결정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반 센터장은 "현재 미국은 러시아에 대한 대응수위를 높이고 있다. 러시아의 군사적 움직임에 대해 초기에 미국은 제재 등 경제적인 대응조치에 무게를 두었지만, 정세가 악화되자 미국은 동유럽에 병력증강 계획을 검토하고 나토를 통한 군사적 대응 공조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월 22일에는 필리핀해에서 2개 항모강습단 및 2척의 상륙강습함과 일본 해군함정도 참가하는 대규모 해상 무력시위도 벌였다. 4만명의 ‘나토신속대응군(NRF)’도 최고도의 군사대비태세 갖추고 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군사력 증강을 위해 군사적 원조에도 나서고 있다. 이는 러시아가 레드라인을 넘는다면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란 신호를 준 것이라 평가된다.

반 센터장은 이어 "미국은 대중국견제를 위해 국제안보의 주도권을 유지해야 하는 상황에서 지난해 8월 이른바 '질서 없는' 아프가니스탄 철군은 미국의 패권, 리더십에 치명타를 안겨주었다. 그 이전인 2014년 미국은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을 위한 회색지대 강압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말았다"며 "미국은 이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사태'에 회색지대 강압이 통하지 못하도록 적절한 수준의 군사적 대응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미국이 이번에 동유럽의 지역안보 수호에 밀리면 국제안보 질서 유지도 장담할 수 없다는 위기 인식도 강한 상황이라는 해석이다.

해당 기사 - SCMP 갈무리 /사진=뉴스1
해당 기사 - SCMP 갈무리 /사진=뉴스1
그렇다면 러시아는 레드라인을 넘고 미국을 레드라인 침범을 허용하지 않으면서 결국 곧바로 전쟁으로 치달을까

반 센터장은 "아직은 전쟁 옵션은 가능성 높은 시나리오는 아니다. 러시아와 미국 모두에게 전쟁은 전략적 손실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반 센터장은 "과거 구소련의 위상 회복을 꿈꾸는 러시아가 세계 최강 미국과 전쟁을 벌이면 승리를 보장할 수 없다. 자칫 패전으로 기운다면 ‘강한 러시아’ 등극을 위해 아직 갈 길이 먼 현재 러시아의 위상도 유지할 수 없게 된다"며 "반면 미국 입장에서는 러시아와 전쟁에 돌입하면 중국은 이를 틈새로 활용하여 패권지위 등극에 한 발 더 다가갈 것이다. 이는 미국으로서는 전략적 실책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지난 2022년 1월 21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 백악관 아이젠하워 행정건물 강당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2022년 1월 21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 백악관 아이젠하워 행정건물 강당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결국 양 진영은 외교적 줄다리기를 진행하며 한동안 ‘레드라인 심리전’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이다.

반 센터장은 "다만, 이 과정에서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무력시위 수위가 높아지면서 군사적 긴장은 고조될 것이다.
따라서 양국 모두가 전쟁을 원하지 않지만, 우발적 충돌이 전쟁으로 비화되는 상황을 차단하기 위해서 ‘위기관리’가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반 센터장은 "'위기관리’ 역학의 가동을 위해서 2021년 1월 양국이 신뢰구축조치(CBM) 차원에서 연장에 합의한 New START 정신을 다시 되새기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미·러의 긴장 고조는 주한미군에도 영향을 미치고 북한 문제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정부 당국은 국제정세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다양한 시나리오를 상정해 대비해야 할 것이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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