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과 (한)국어는 다릅니다. 그게 그거지 하면 영영 구별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한글은 글자이고 국어는 언어입니다. 알파벳은 글자이고 영어는 언어이듯 말입니다.
한글이 만들어진 원리를 좇습니다.
이런 특징을 지닌 자음의 기본 글자는 ㄱ ㄴ ㅁ ㅅ ㅇ입니다. 이들 소리는 그렇게 각각 소리 날 때 보이는 발음기관 모양을 본뜬 것입니다. ㄱ은 혀뿌리가 목구멍을 닫는 모양입니다. ㄴ은 혀가 윗잇몸에 붙는 모양입니다. ㅁ ㅅ ㅇ은 순서대로 입, 이, 목구멍 모양을 본떴습니다. 한 국어책은 ㄱ ㄴ ㅁ ㅅ ㅇ을 '가네모상'으로 부르는 선생님이 있었다고 소개했습니다. '그노무쉐이'는 어떨까요? 암기 비법으로 제안합니다.
국어 시간에 배운 '아설순치후'가 떠올랐습니다. 아음(牙音 어금닛소리) 설음(舌音 혓소리) 순음(脣音 입술소리) 치음(齒音 잇소리) 후음(喉音 목구멍소리)이라 이름하여 이들은 ㄱ ㄴ ㅁ ㅅ ㅇ의 조음(調音) 위치를 가리킵니다.

다른 자음은 이들 글자에 획을 더해 만들었습니다. ㄱ→ㅋ / ㄴ→ㄷ→ㅌ / ㅁ→ㅂ→ㅍ / ㅅ→ㅈ→ㅊ / ㅇ→ㆆ(여린히읗)→ㅎ 식입니다. 여기에다 공기 흐름의 방해를 거의 받지 않는 ㄹ에 반치음(ㅿ), 옛이응(ㆁ)까지 해서 훈민정음 자음은 총 17자입니다. 현대국어는 변천을 거쳐 기본 자음을 14개(가나다라마바사아자차카타파하로 외웁니다)로 합니다. ㄲ, ㄺ 같은 쌍자음, 복자음은 별개로 하고요.
모음 창제에도 과학이 들어있습니다. 천(天) 지(地) 인(人)을 추상화하여 둥근 아래아(ㆍ), 평평한 ㅡ, 바로 선 ㅣ 세 문자를 만들고 이를 기본으로 하여 ㅗ ㅏ ㅜ ㅓ ㅛ ㅑ ㅠ ㅕ까지 총 11개를 생성했습니다. 현대국어는 기본 모음을 10개(아야어여오요우유으이로 외웁니다)로 합니다. 실제로는 단모음 10개, 이중모음 11개를 쓰고 있지요. 국어사전은 ㅏ ㅐ ㅑ ㅒ ㅓ ㅔ ㅕ ㅖ ㅗ ㅘ ㅙ ㅚ ㅛ ㅜ ㅝ ㅞ ㅟ ㅠ ㅡ ㅢ ㅣ 순으로 합니다.
[세종대왕은 '생각이나 일 따위의 내용을 글자로 나타낸 기록'이라는 뜻의 '글'을 만든 것이 아니라, '말을 적는 일정한 체계의 부호'인 '글자'를 만든 것이다.](박재성 사단법인 훈민정음기념사업회 이사장)라는 사실을 되새깁니다. 세종 덕분에 한글로 무궁무진한 말글 세계를 창조할 수 있으니까요. 리더 하나가 이렇게나 중요합니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정재윤, 『말과 글을 살리는 문법의 힘』, 시대의창, 2023 (p.59. '가네모상' 인용)
2. 국립국어원,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문법1(체계 편)』, 2011
3. 한국민족문화대백과, 훈민정음 28자모(字母) - https://encykorea.aks.ac.kr/Article/E0074518
4.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우 제276호, 생각나눔 한글 24자와 훈민정음 28자 - https://www.kaeri.re.kr/cnews/vol276/sub2.html
5.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온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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