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이낸셜뉴스] 주요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세가 이달 들어 잠잠하지만 은행권엔 아직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규제 완화로 서울 일부 지역의 집값이 과열 양상을 보이는 데다 금리가 계속 낮아지며 대출 수요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도 자율 관리를 당부한 만큼 은행권도 추가 대출 관리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14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37조6138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월 말(736억7519억원) 대비 8619억원 늘어난 수치다.
지난달 증가세에 비하면 주춤하는 추세다. 지난달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736조7519억원)은 1월 말에 비해 3조931억원 늘어났다. 이를 고려하면 현재 증가 폭은 지난달에 비해 약 30% 수준에 그친다.
하지만 최근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 토지거래허가제 해제 등으로 집값이 올라 대출이 재차 들썩일 수 있는 만큼 은행권은 아직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는 분위기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인 차규근 의원에 따르면 지난 2월 갭투자(전세 낀 주택매입) 의심 주택구매 건수는 134건으로 지난해 12월(61건) 대비 두 배 넘게 늘어났다.
시중금리가 계속해서 내려가는 점도 대출 수요를 자극하는 요인이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10월부터 기준금리를 세 차례 인하하며 은행의 변동형 대출금리를 산정하는 지표인 코픽스는 5개월 연속 하락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2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2.97%로, 2022년 8월(2.96%) 이후 2년 6개월 만에 2%대로 내려앉았다. 올해 한은이 1~2번 더 금리를 내릴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대출금리 하락세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가계부채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선제적 대응을 주문한 상태다. 전날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원, 5대 은행 등과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진행하며 "가계대출 관리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실수요자 전반에 대한 자금 공급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상황별로 '운용의 묘'를 살린 금융사 스스로의 자율 관리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고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당국의 주문에 가장 먼저 움직인 것은 농협은행이다. 농협은행은 오는 21일부터 서울지역 조건부 전세대출 취급을 중단한다. 지난 1월 전 지역에서 조건부 전세대출 취급을 재개한지 약 두달 만에 다시 잠근 것이다. 강남권을 중심으로 늘어나는 갭투자 수요를 막기 위해 핀셋규제에 나섰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가계부채 증가로 가계여신 물량 관리를 위해 자발적으로 금리가 아닌 '비가격 조치'를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당국이 '운용의 묘'를 강조한 만큼 다른 은행들도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여러 카드를 고심 중이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재차 가팔라지면 은행별로 추가 핀셋 규제가 나올 전망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아직 증가폭이 크진 않지만, 당국에서 선제적인 대응을 요구한 만큼 추가 조치들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zoom@fnnews.com 이주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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