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이낸셜뉴스] "납품 중단했다더니 진짜로 없네."
지난 22일 오후 8시께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메가푸드마켓 강서점에서 한 소비자는 즐겨먹는 서울우유가 없는 것을 보고 발길을 돌렸다. 지난 4일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 신청 이후 서울우유, 농심 등 일부 납품사들이 상품 공급을 중단해 현장에선 소비자들의 불편이 이어졌다.
유통기한이 긴 농심 라면은 서울 곳곳의 홈플러스 매장에서 재고가 쌓여 있었지만 유제품인 서울우유 제품은 여기저기서 바닥을 드러냈다. 홈플러스 강서점과 합정점 모두 서울우유 1L, 200㎖*3개입 등 많이 찾는 우유 제품 매대에 '매진' 문구가 붙었다. 서울우유의 검은콩, 저지방 우유 등 수요가 많지 않은 제품을 제외하고 서울우유 매대는 비어 있거나 타사 제품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홈플러스는 납품 대금 지급 등 안정화를 찾아가고 있다는 설명이지만 회생 개시 이후 매장 손님은 줄어든 모습이다. 회생 개시 후 첫 주말인 지난 8일 오후 강서점은 계산대 앞에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고 있었지만 2주가 지난 이날은 한산한 풍경이었다. 홈플러스 협력업체 직원 A씨는 "(회생 신청 이후) 전반적으로 손님이 줄었다"며 "회생 초기엔 상품권을 못 쓰게 될까 봐 몰린 사람들로 '반짝 특수'였던 것 같다"고 답답해 했다. 특히 홈플러스가 대규모 할인행사 '홈플런'을 1주 연장한 '앵콜 홈플런 is BACK'을 진행하고 있지만 반응은 뜨겁지 않다는 게 매장 관계자들의 목소리다.
홈플러스가 대금 및 채권 상환 압박을 받아 현금을 창출하기 위해 할인행사를 늘리고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지난달 28일부터 '홈플런'을 시작해 오는 26일까지 한달 가까이 할인에 나섰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약발'이 떨어지는 모양새다. 강서점 고객 김모씨(66)는 "지난주에 세일 한다길래 많이 사서 당분간 필요한 것만 조금씩 사려고 한다"고 전했다.
60대 이모씨는 "지난주만 해도 사람이 정말 많았는데 오늘은 많이 빠졌다고 느꼈다"며 "홈플러스 문화센터를 다니는데 다음 학기가 시작되기 한달 반 전에 신청을 받으면서 10%를 할인해 줬다"며 "홈플러스가 상거래 채권 지급 때문에 빠르게 현금을 확보하려는 것 아니냐"고 의구심을 보였다.
다만, 홈플러스 직원들은 매장 운영에 별다른 차질은 없다는 반응이다. 홈플러스 직영직원 2만명은 지난 21일 이달 월급을 정상적으로 지급받았다. 직원 A씨는 "월급도 제때 들어왔고 아직 걱정할 할 때는 아닌 것 같다"면서도 "결국, 영업이 잘 돼야 대금이나 인건비를 제때 지급할 수 있을텐데 회생 절차가 길어지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일부 협력업체는 대금을 정산받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협력업체 직원 B씨는 "홈플러스 협력사 직원들이 대금 정산을 받았는지 서로 물어보곤 한다"며 "상거래 채권은 최우선 변제한다고 했지만 홈플러스의 자금사정때문에 다들 불안해 하고 있다"고 전했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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