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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이재용 만난 목적이 '반기업 이미지 불식'이라니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3.20 18:22

수정 2025.03.20 18:28

이재명 대표, 李 삼성 회장과 회동
현안 피하고 덕담 수준 대화 그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 청년 소프트웨어 아카데미(SSAFY)에서 환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 청년 소프트웨어 아카데미(SSAFY)에서 환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일 만나 의견을 나눴다. 야당의 대표와 삼성의 총수가 처음으로 공식 만남을 가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과 기업 관련 입법을 쥐락펴락하는 거대 야당 대표의 만남 자체가 관심을 끌었다.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기업이 잘돼야 나라가 잘되고, 삼성이 잘살아야 삼성에 투자한 사람들도 잘산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또 "일자리든, 삶의 질이든 다 경제활동에서 나오는 만큼 글로벌 경쟁이 격화한 상황에서 대기업의 국제경쟁력을 키우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말이야 맞는 말이다. 그러나 늘 그랬듯이 '말 따로 행동 따로'가 이 대표의 문제다. 이 대표가 이 말대로 행동하려면 상법 개정안과 반도체특별법부터 태도를 바꿔야 한다. 이날도 두 현안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 덕담 수준의 대화만 한 것은 시간 낭비였다. 이 대표의 회동 목적은 반기업 이미지를 희석시켜 중도층의 마음을 얻으려는 것 이상이 아닐 것이다.

이 대표가 강조하듯 기업은 실용주의를 추구한다. 서민에겐 먹사니즘(먹고사는 문제 해결)이 통하겠지만 기업은 결이 다르다. 치열한 글로벌 경영에서 독립적으로 성과를 내야 하는 고독한 싸움이다. 정치권이나 정부나 나라를 위해 뛰는 기업에 따뜻한 지원책을 제공해야 한다. 그동안 민주당이 이런 기업들에 어떻게 해왔고, 하고 있는지 돌이켜보기 바란다.

이사의 충실의무를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고 이사의 주주이익 보호의무를 신설하는 상법 개정안은 민주당 주도로 지난 1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법안에 반대하는 경제8단체의 그토록 간곡한 요청도 뿌리치고 밀어붙이지 않았나.

재계는 상법 아닌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서도 입법 목적을 충분히 달성 가능하다며 절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이마저 받아들이지 않았다. 반도체법도 마찬가지다. 반도체를 주력으로 하는 삼성전자 수장을 만나는 자리라 뭔가 언급이 있을 것이라는 일말의 기대가 있었지만, 결론은 형식적 만남이었다.

정치인들의 현장 행보는 대개 표를 얻기 위한 정치적 행위로 보면 된다. 민생을 눈으로 살피고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진심 어린 마음을 찾기 어렵다. 이 대표의 이날 행보도 그 범주를 벗어나지 않았다. 트럼프발 관세전쟁으로 국내 기업들의 경영환경은 점점 악화되고 있다. 기업이 잘돼야 세금과 일자리 창출이 늘어난다. 그런 면에서 기업을 옥죄는 규제는 황금알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것과 같다. 그런 일을 지금 민주당이 하고 있다.

현장 정치의 기본은 민심 청취다. 현장에서 보고 느낀 대로 실천에 옮겨야 한다. 이날 회동에서는 그런 점을 찾기 어려웠다. 이 대표의 가식적 '우클릭'의 일환이며 조기 대선을 앞둔 '정치적 쇼'였을 뿐이다. 진정으로 기업을 생각하고 실용주의를 실행에 옮길 마음이 있었다면 뭔가 하나라도 이 회장에게 '선물'을 주었을 것이다.

당 관계자는 "이번 회동으로 이 대표에게 덧씌워진 반기업 이미지를 누그러뜨리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의도를 드러낸, 기가 차는 말이다. 반기업적 정책을 다 구사해 놓고 재벌 회장 만남으로 나쁜 이미지를 불식하겠다는 심보가 참 고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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