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프랑스, 독일, 북유럽 국가들 모여 나토 내 美 역할 대체 계획 논의
美의 갑작스러운 나토 탈퇴 대비해 점진적으로 美 역할 넘겨 받기로
계획 실행에 5~10년 가까이 걸릴 전망
美의 갑작스러운 나토 탈퇴 대비해 점진적으로 美 역할 넘겨 받기로
계획 실행에 5~10년 가까이 걸릴 전망

[파이낸셜뉴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유럽 회원국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나토 탈퇴 위협에 맞서 나토 내 미국의 역할을 대체하는 장기 계획을 논의하고 있다. 유럽은 5~10년에 걸쳐 미국으로 부터 핵전력을 제외한 나토 내 군사 및 재정 역할을 넘겨 받아 갑작스러운 미국의 이탈에 대비할 계획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일(현지시간) 4명의 유럽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영국, 프랑스, 독일 및 북유럽 국가들이 나토 내 미국의 재정 및 군사적 부담을 유럽 회원국으로 이전하는 계획을 비공식적으로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관계자들은 오는 6월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여리는 연례 나토 정상회담 전에 해당 계획을 미국에 제안할 예정이다.
2023년 기준으로 나토 전체 지출액 가운데 미국이 부담하는 비율은 53.83%로 절대적인 수치다.
트럼프는 1기 정부 출범 이후 꾸준히 나토의 유럽 회원국들에게 돈을 더 내라고 요구했으며 이에 따르지 않으면 미국이 나토에서 탈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올해 2기 출범 이후에도 같은 주장을 반복하면서 미국이 돈을 내지 않는 회원국을 지켜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유럽의 나토 정상들은 트럼프가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나토의 주적으로 여겨지는 러시아와 밀착하는 모습을 보고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이에 프랑스와 영국을 중심으로 유럽 재무장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관계자들은 나토의 유럽 회원국들이 미국의 일방적인 나토 탈퇴시 발생할 혼란을 막기 위해 미리 움직였다고 설명했다. 유럽이 미국에 건넬 제안에는 유럽의 국방비 지출 확대 및 군사력 강화 방안이 담길 예정이다. 유럽은 트럼프에게 나토 내 미국 역할을 유럽에 넘기면 미국이 아시아에 보다 집중할 수 있다고 설득할 계획이다. 유럽의 계획에는 5~10년이 걸릴 것으로 추정되며 미국의 핵 억지력 대체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FT와 접촉한 관계자 중 한명은 "지출을 늘리고 그 부담을 나눠지면서 미국 의존으로부터 서서히 멀어지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행동"이라면서 "이러한 대화를 이제 시작하고 있지만 워낙 큰 숙제라 많은 이들이 그 규모에 압도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국가들은 이러한 논의 자체가 미국의 나토 이탈을 부추길 수 있다며 걱정하고 있다. 이들은 트럼프가 말로는 유럽을 위협하지만 실제 행동은 다르다고 보고 있다. 또 다른 국가들은 변덕이 심한 트럼프가 점진적이고 구조적인 절차에 합의하지 않을 것이라며 부정적인 의견을 드러냈다.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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