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뉴스1) 전민 기자 =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탄핵소추안이 기각돼 즉시 복귀함에 따라, 그동안 권한대행의 대행을 맡았던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권한대행직에서 물러나 경제부총리 본연의 업무에 집중하게 됐다.
그러나 야당의 30번째 탄핵 칼날은 곧이어 최 부총리를 향하고 있어, 미국발 통상 전쟁과 내수침체로 경제 리스크 관리가 절실한 상황에서 경제 수장의 손발이 또다시 정쟁에 묶이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24일 한 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에 대해 재판관 5명 기각, 1명 인용, 2명 각하 의견으로 기각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한 총리는 즉시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로 복귀했다.
최 부총리는 약 석 달간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직무대행, 기획재정부 장관을 겸임하며 '1인 3역'을 수행해 왔으나, 한 총리 복귀로 대행직에서 벗어나 경제부총리로서 경제 현안 대응에 전념할 수 있게 됐다.
대행직은 내려놓았지만, 최 부총리의 역할은 여전히 막중한 상황이다. 현재 한국 경제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글로벌 통상 전쟁의 중심에 서 있다. 이에 더해 내수 부진이 지속되면서 체감 경기는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미국이 다음 달 상호 관세 부과에 나설 경우,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는 직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경제·민생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도 야권은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 문제를 고리로 최 부총리에 대한 탄핵 압박을 지속하고 있다. 최 부총리 탄핵소추안 발의를 주도한 더불어민주당은 한 총리 복귀와 상관없이 탄핵안 처리 강행을 시사하고 있다.
전날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최 부총리를 향해 "소신도 없고 실력도 부족하다"며 "이처럼 어려운 때에 경제 공동체를 위해 씨감자를 남겨놨는데 씨감자를 살펴보니 썩어있다면, 감자 가마니에서 썩은 감자를 꺼내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같은 정쟁이 경제 리더십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경제사령탑의 입지가 정쟁에 의해 휘둘리면서 정작 중요한 경제 정책과 민생 현안은 뒷전으로 밀리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경제 컨트롤 타워 부재가 경제 정책이나 대미 관세 협상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정치적 혼란이 지속되는 것으로 보여, 대외 신인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내에서도 최 부총리 탄핵에 대한 회의론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 대선주자인 김부겸 전 국무총리도 최 부총리 탄핵 결정에 대해 "헌재 결정을 외면하는 최 대행의 태도는 대단히 잘못됐다. 그럼에도 우리 민주당은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 시기 경제 사령탑의 탄핵 추진이 가져올 후과를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며 "신중하지 못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민주당이 실제로 탄핵안을 본회의에서 처리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선고가 임박한 상황에서 탄핵 남발에 대한 역풍을 감수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민주당 한 중진의원은 "지금 탄핵은 실익이 없다"며 "한덕수 총리가 돌아오면 경제 부총리를 탄핵하는 것이 되는데,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크게 부담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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