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풍에 번지는 '괴물 산불'
조계종 16교구 본사 완전히 소실
국가 보물 연수전도 화마에 전소
사찰 소장 불상 등은 외부로 옮겨
안동시 주민 대피령 발동 '초비상'
산림청 인력·장비 투입 진화 총력
조계종 16교구 본사 완전히 소실
국가 보물 연수전도 화마에 전소
사찰 소장 불상 등은 외부로 옮겨
안동시 주민 대피령 발동 '초비상'
산림청 인력·장비 투입 진화 총력

경북 의성에서 나흘 전 시작된 산불이 안동, 청송으로 확산하면서 천년고찰 고운사가 전소됐고, 세계문화유산 하회마을이 위협받았다. 경남 산청에서 발생한 산불은 하동으로 번지면서 지리산국립공원 코앞까지 들이치는 등 영남지역을 휩쓸고 있는 화마에 한국을 대표하는 명승고적들이 사상 초유의 위기를 맞았다.
25일 산림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30분께 의성군 단촌면 등운산 자락에 있는 대한불교 조계종 제16교구 본사 고운사가 산불에 완전히 소실됐다. 경내에 있던 국가 보물 제2078호인 조선시대 건축물 연수전도 불에 탔다.
신라 신문왕 1년(681년)에 의상대사가 창건한 고운사는 경북을 대표하는 대형 사찰 중 하나다.
의성 산불은 바람을 타고 안동 풍천면까지 확산했다. 풍천면 인근에는 세계문화유산인 하회마을과 세계유산 2관왕에 오른 병산서원이 있다. 이날 오후 하회마을에서 10㎞가량 떨어진 곳까지 불길이 도달하자 안동시는 주민 대피령을 내렸다. 이에 앞서 안동시는 길안면으로 번진 불길에 경상북도 문화유산자료인 만휴정도 불에 탄 것으로 추정했다. 만휴정은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촬영지다.
오후 7시께에는 국립경국대 안동캠퍼스에도 대피령이 내려졌다. 안동시는 "관내 산불이 안동대(현 국립경국대 안동캠퍼스) 주변으로 확산 중이니, 학생 및 주변 시민은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라"고 안내했다. 국립경국대는 교직원들이 비상근무에 들어간 상태다. 교내 기숙사에는 1200명의 학생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안동을 덮친 산불은 오후부터 청송 주왕산국립공원과 영양, 영덕까지 확대됐다. 영덕군 지품면은 최초 발화지인 의성군 안평면 괴산리에서 지도상 직선거리로 63㎞ 떨어져 있다. 산림당국에 따르면 강풍을 타고 날아온 불씨가 주왕산국립공원까지 옮겨 붙자, 사찰 대전사 승려와 공원 사무소 직원들이 대피했다.
산불이 청송까지 확산하자 교정당국은 경북북부교도소(구 청송교도소) 수용자를 대피시키기 위해 이감을 결정했다. 법무부 등에 따르면 교정당국은 이날 오후 경북북부교도소가 있는 경북 청송군 진보면 일대까지 산불이 번지자 버스를 이용해 수용자들을 인근 교정기관으로 이감하는 절차를 시작했다.
경북북부교도소는 경북북부제1교도소, 경북북부제2교도소, 경북북부제3교도소, 경북직업훈련교도소로 이뤄져 있으며, 수용된 인원은 총 2600명 정도다. 교정당국은 산불이 번진 안동시 풍산읍에 있는 안동교도소 수용자 800여명 이감도 검토 중이다. 울산 울주군 산불도 한때 진화율 98%까지 도달했으나 강한 바람으로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날 산불은 대단지 아파트 코앞까지 들이닥쳐 주민들이 소화전을 틀고 초기 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산림당국은 송대리를 비롯해 상북면 향산리 등 일원 마을, 양우내안에 아파트, 울산양육원 등에 대피 명령을 내렸다.
경남 산청에서 발생한 산불도 닷새째 이어지며 인근 하동 옥종면으로 번진 데 이어 지리산국립공원 근처까지 확산했다. 불은 한때 지리산국립공원 약 500m 앞까지 근접하기도 했다. 산림청은 헬기 32대, 인력 2122명, 차량 215대 등 유관기관 자원을 총동원해 진화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고기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본부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중대본 회의에서 "현재까지 산불 영향 구역은 약 1만4694㏊로 피해면적이 커졌고, 15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고 본부장은 "강풍과 건조한 날씨, 연무 등 기상 상황이 좋지 않아 진화작업이 쉽지 않은 상황이며, 3300명 이상의 주민이 임시대피소에 머무르고 있다"고 전했다.
gimju@fnnews.com 김장욱 최수상 이창훈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