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테헤란로

[테헤란로] 무역전쟁의 지렛대

이유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3.26 18:39

수정 2025.03.26 19:29

이유범 경제부 차장
이유범 경제부 차장

미국의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에 우리나라가 참여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리나라를 콕 집어 동참을 종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일본, 대만 등이 참여를 결정하면서 이 사업의 참여 여부는 우리의 선택이 아니라 트럼프 행정부가 우리 정부에 요구하는 '기본값'이 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이 프로젝트의 경제성이 높지 않아 보인다는 점이다. 이 사업은 미국 알래스카 북단의 프루도베이의 가스전에서 채굴한 천연가스를 1300㎞에 이르는 수송관으로 운송, 액화한 뒤 수출하는 사업이다.

상업화에 성공한다면 연간 LNG 생산량이 2000만t에 달하는 데다 한국·일본의 경우 운송경로가 대폭 단축된다는 장점이 있다. 성공할 경우 미국으로부터 가져오는 LNG 운송기간이 대폭 줄어 물류비 절감이 가능하다. 여기에 에너지 도입처를 다변화할 수 있어 중동 국가로부터 에너지 수입 시 우리 측의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를 완수하기 위해선 천문학적 자본을 투입해야 하고, 알래스카의 혹독한 기후도 극복해야 한다. 알래스카 가스라인 개발공사(AGDC)가 밝힌 사업 규모는 64조원(440억달러)에 이른다. 혹한의 기후를 뚫고 1300㎞의 파이프라인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사업비가 더 불어날 가능성도 있다. 굴지의 에너지 기업인 엑손모빌,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 코노코필립스가 이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2016년 철수한 이유다.

자칫하면 이명박 정부에서 발생했던 해외자원 개발 손실금액 이상이 발생할 가능성도 엿보인다. 이 사업 참여를 피할 수 없다면 우리 정부가 할 일은 한 가지다. 이 사업을 미국발 무역전쟁의 지렛대로 삼는 것이다.

우리 정부가 부담할 금액이 정확히 얼마일지는 아직 예측할 수 없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 일본, 대만에 막대한 프로젝트 참여금액을 요구할 것은 확실하다.

우리 정부는 이 프로젝트가 큰 리스크를 갖고 있지만 동맹 관계를 감안해 참여를 결정했다는 점을 트럼프 행정부에 강조해야 한다. 이를 통해 보편관세를 비롯해 무역관계에서 유리한 조건을 가져올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이 사업에는 막대한 양의 수송관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우리 철강업체에서 생산한 수송관이 사용되도록 하거나, 현재 부과 중인 25%의 철강관세 등에 대한 협상 여력도 확보해야만 한다. 우리 정부가 가진 선택지는 좁지만, 이를 현명하게 활용할 협상력을 우리 정부가 발휘하기 기대해본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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