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이낸셜뉴스] 영남권 산불이 역대 최악의 피해를 내고 비로소 사그라들고 있다. 산림당국은 28일 "정오 기준 경북지역 산불 진화율이 85%"라고 밝혔다. 경북 의성·안동·영덕 등 산불이 휩쓸고 간 국토는 초토화됐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오전 6시 기준 불에 탄 산림은 4만8000ha로 이는 서울 면적의 80%에 해당된다. 이재민 8700여명이 삶의 터전을 잃었다.
밤사이 적은 양이지만 비가 내렸고 바람도 잦아들어 그나마 다행이었다. 산불 진화에 사력을 다하고 있는 수천 명의 진화대원과 자원봉사자들의 노고가 없었다면 피해는 더 컸을 것이다.
이번 최악의 산불로 국가 재난대응 역량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다. 산림청의 초동 대응 실패와 지방자치단체의 늑장 대처, 만성적 소방헬기와 진화 인력 부족 등 총체적 부실 비판을 면치 못한다. 긴 가뭄에 땅과 수목은 바짝 말라있고, 초강풍 예보마저 나온 상황인데도 산림청은 산불 확산 예측을 오판했다. 사망자 대부분은 거동이 불편한 고령자였다. 주민대피 조치가 안이했다는 걸 말해주는 것이다. 반복되는 봄철 대형 산불을 경험하고도 대형 진화헬기조차 확충하지 않았다. 50여대 진화헬기 중 상당수는 노후화됐다. 진화대원은 고령자 중심으로 숫자만 채웠고 실효성은 떨어졌다.
정치권은 어떤가. 한뜻으로 국가적 산불재난에 대응해도 모자랄 판에 재난 예비비 삭감을 두고 남탓만 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올해 본예산에서 재난 대비용 예비비를 2조원 이상 대거 삭감한 것이 야당"이라며 사과 먼저 하라고 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산불 대책에 사용할 국가 예비비는 총 4조8700억원이 이미 있다는데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지금은 책임을 떠넘길 것이 아니라 특별재난지역 선포 이후 투입될 예산 마련과 피해복구 지원이 더 시급하다. 입씨름만 하고 있을 시간이 없다.
피해 복구비는 수천억원에 이를 수 있다. 신속한 복구를 위한 재원 마련에 여야가 같이 머리를 맞대야한다. 이를 위해서도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서둘러야 한다. 필요하다면 법을 만들어서라도 산불 재난대비 예산을 충분히 확보하고 진화 역량을 총체적으로 높여야 할 것이다. 산불 방재 실패 책임도 철저히 물어야 한다. 산불 재난방재 체계는 전면 수술이 불가피하다. 산림청과 행정안전부와 소방청, 지자체로 분산된 산불재난 대응 컨트롤타워부터 재정비해야할 것이다. 모두가 합심해야 최악의 산불 재난을 이겨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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