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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30년 전 韓 인디 음악이 태동했습니다

뉴시스

입력 2025.04.05 11:14

수정 2025.04.05 11:14

[인디 情景] 1995년 4월5일 홍대 앞 라이브 클럽 드럭 커트 코베인 1주기 추모공연
[시애틀=AP/뉴시스] 커트 코베인
[시애틀=AP/뉴시스] 커트 코베인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싱글이 앨범이 아닌 듯, 언더그라운드(underground) 음악과 인디펜던트(independent) 음악은 다릅니다.

엇비슷할 수 있는 맥락이지만 언더 음악이 양지 아닌 음지(under)에 좀 더 방점이 찍힌다면, 인디는 독립성에 무게추가 더 기울어져 있죠. 오버와 언더는 활동하는 판의 물성으로 구분하고자 한다면, 보통 상업음악과 인디는 자유로운 정신·태도에서 비롯된 독립 정신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명실상부 메이저 뮤지션이 된 장기하, 잔나비, 실리카겔 등이 여전히 인디 신(scene)의 상징으로 통하는 이유입니다.

지금으로부터 꼭 20년 전인 지난 1995년 4월5일 서울 홍대 앞 라이브 클럽 '드럭'에서 국내 인디 신이 태동했습니다. 당시 미국 얼터너티브 록밴드 '너바나'의 리더 커트 코베인(1967∼1994)의 1주기 추모 공연이 열렸는데요. 홍대 앞에서 자생적으로 생겨난 밴드들이 스스로 연합해 기존 음악 시장과 다른 새로운 에너지가 폭발한 기념비적인 날입니다.



특히 코베인은 코드 세 개만 알아도 노래를 만들어서 음반을 낼 수 있다는 걸 보여줬고, 이를 몸소 실천한 크라잉넛은 국내 밴드 양산에 기폭제가 됐습니다. 곧 국내 펑크(punk)의 탄생이죠. 펑크는 화려한 연주력보다, 질주하는 리듬감이 특징입니다. 록 장르 중에 비교적 기교가 덜 필요한 장르(장르 자체가 쉽다는 말은 아닙니다.)로, 에너지로 승부 가능하죠. 음악적으로 평범해 오히려 더 비범해졌다고 할까요.

올해 30주년을 맞은 크라잉넛은 인디 신과 역사가 꼭 겹칩니다. 코베인 1주기 추모 공연 객석에 있던 멤버들은 무대에 난입해 '당연히 그래야만 하는 줄 알고' 드럭 밴드와 함께 기타와 앰프를 부수었고, 한 구석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캔맥주를 향해 다이빙을 하기도 했습니다.

인디 신은 우리 대중음악의 또 다른 맥박이 돼 왔습니다. 올해 역시 30주년을 맞은 K팝 개척사인 SM엔터테인먼트가 원형질을 만든 K팝과 함께 인디 신이 큰 지류를 만든 것이죠.

하지만 한국 문화의 가장 큰 약점은 장르를 막론하고 쏠림일 것입니다. 건강한 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치죠. 물론 한류 아이돌 중요합니다. K-브랜드의 큰 축을 담당하고 상업적인 성공도 가져옵니다. 요즘처럼 삶 자체가 중요한 시대엔 경제 논리가 우선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우열관계가 상대적으로 매겨지면, 특정 가치는 간과되고 다양성은 무너집니다.

인디 신은 그간 다양한 부침을 겪었습니다. 펑크 밴드들은 초창기에 신문 문화면이 아닌 사회 면에 나왔습니다. 이들이 문제를 일으킨 게 아니라 그 자체가 문화적 현상을 넘어 사회적 현상이 됐으니까요. 물론 위기도 있었습니다. 2000년대 중반 한 인디밴드가 생중계된 음악방송에서 문제를 일으켜 인디 신이 싸잡아 비판받는 억울한 일도 있었죠. 이런 점들로 인해 기성사회가 펑크 음악을 경계하기도 했죠. 하지만 현재 인디 신은 낭만의 상징입니다.

최근 밴드 붐이 국내 인디 신에 호재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꽤 있습니다. 하지만 몇몇 밴드, 특히 중형 기획사 이상의 밴드에게 주로 해당하는 내용이라는 시각이 많습니다. 인디 신의 밴드들에겐 낙수효과가 없어서 딴 나라 얘기처럼 들린다는 겁니다. 밴드의 정체성은 또한 자주적으로 지속 가능한 공동체인데, 기획자가 상업성을 가미한 순간 밴드가 아니다는 지적도 나오죠.

다만 젊은 세대에서 페스티벌에 대한 경험 선호도가 높아지는 건 국내 인디 신도 환영합니다. 음악 축제의 중심은 라이브 연주가 가능한 단연 밴드일 수밖에 없으니, 실력 있는 인디 밴드들에 대한 관심도가 커질 수 있다는 기대가 생기죠.

음악이 쇼트폼의 배경음악으로 평가절하되는 시대에 라이브 음악의 생동감을 안겨줄 수 있는 인디 밴드들이 구원자가 될 수 있는 거죠. 최근 민주주의를 각인시킨 대통령 탄핵 찬성 집회에서도 인디 음악은 현장감 그 자체였습니다. 여기에 '언니네 이발관' 이석원 등 오랫동안 활동을 멈췄던 인디 신의 거물들도 컴백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최근 '한국의 그래미'로 통하며 음악적 권위를 자랑하는 '22회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최고의 영예인 '올해의 음반상'을 받은 인디 밴드 '단편선 순간드' 음반 제목으로 글을 마침니다. "음악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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