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외환은행을 사모펀드인 론스타에 매각한 것은 금융당국의 ‘경영 및 정책적 판단’이었을 뿐 범죄 혐의점을 찾을 수 없다며 관련자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003년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 제기 이후 외환카드 주가조작에 대한 항소심 무죄에 이어 이날 법원의 무죄 판결로 외환은행 재매각 작업에 큰 걸림돌이 제거됐으나 매각 지연에 따른 론스타측의 우리 정부 상대 소송 제기 등 후폭풍도 예상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이규진 부장판사)는 24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또 같은 혐의로 기소된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과 이달용 전 외환은행 부행장에게도 특경가법상 배임죄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여러 정황상 론스타는 ‘전략적 투자자’가 아닌 ‘재무적 투자자’로 봐야 하고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의도적으로 저평가했다는 의혹 역시 론스타 매각을 위해 조작·과장됐다고 볼 수 없다”며 “따라서 재경부, 금융감독원, 외환은행 등이 론스타 인수 자격에 대해 예외적으로 승인한 것을 배임 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결국 외환은행의 론스타 매각은 은행과 정부의 ‘경영 및 정책적 판단’으로 적법했다고 판단했다”며 “변 전 국장과 이 전 행장은 국가 및 대주주인 수출입은행, 코메르츠방크로부터 각각 매각 업무를 위임받은 사람에 불과해 배임죄의 주체로 인정할 수 없다”고 무죄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와 함께 매각 당시 외환은행이 대규모 자본 확충이 필요했고 론스타와 51% 지분 인수 합의 등 사전 공모는 없었던 것으로 봤다.
이로써 지난해 1월 시작된 외환은행 헐값매각 재판은 22개월 동안 재판부가 2차례 바뀌면서 모두 87차례 공판이 진행된 끝에 ‘합법적인 인수’였던 것으로 1막을 내렸다.
한편 재판부는 이 전 행장이 외환은행장 재직 시절 컴퓨터 서버 납품업체인 K사 대표 홍모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배임수재)에 대해서는 유죄를 인정해 징역 1년 6월에 추징금 1억5700만원을, 돈을 준 홍씨에게는 배임증재 혐의에 대해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변 전 국장 등은 2003년 론스타측과 공모해 외환은행 BIS 비율을 저평가하고 부실을 부풀려 정상가보다 3443억∼8252억원 낮은 가격에 외환은행을 매각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한편 대검찰청 고위 관계자는 이날 "사실 오인, 법리 오해 등을 이유로 항소할 방침"이라며 "공판 과정에서 검사의 의견 개진 없이 변론을 종결하는 등 부적법했다"고 말했다.
/cgapc@fnnews.com 최갑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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