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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재건축을 적폐 취급하는 국토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5.16 17:02

수정 2018.05.16 17:02

한집 오래 산 선량한 주민에 1억 넘는 부담금이 온당한가
서울 서초구 반포현대 아파트 주인들이 재건축 부담금으로 1인당 1억3569만원을 물게 생겼다. 서초구청은 15일 이 아파트 조합원 80명한테 이런 내용을 통지했다. 금액이 굳어진 건 아니다. 앞으로 아파트 시세 변화에 따라 더 낼 수도, 덜 낼 수도 있다. 최종금액은 준공 뒤 정해진다.


국토교통부는 16일 "약 1억4000만원을 부담금으로 내도 예상 초과이익 3억4000만원 가운데 2억원은 조합원 몫"이라고 말했다. 부담금을 내도 2억원을 벌 수 있다는 뜻으로 들린다. 친절하지만 무책임한 설명이다. 초과이익 3억4000만원은 미실현이익이다. 집을 팔아야 받는 돈이다. 만약 재건축된 아파트에 죽 눌러살면 어떻게 되나. 일부러 집을 팔아서라도 부담금을 내란 말인가. 재건축 공사가 끝나면 당국은 4개월 안에 부담금을 확정 부과한다. 통지서를 받으면 6개월 안에 부담금을 내야 한다.

1987년 준공된 반포현대 아파트는 올해로 31년 됐다. 흔히 말하는 낡은 아파트다. 재건축은 1개동 80가구를 2개동 108가구로 늘리는 공사다. 집주인 중에는 재건축으로 한몫 챙기려는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 서울 강남 요지라 재건축 뒤 집값이 껑충 뛰고, 주변 집값 오름세를 부추길 수도 있다. 국토부는 오로지 재건축을 투기 측면에서만 본다. 반면 재건축의 다른 면은 철저히 외면하다. 보통 사람이라면 누구나 새 집, 더 좋은 집에 살고 싶은 욕심이 있다. 한국의 30년은 다른 나라에선 50년, 100년이다. 정부는 이 기본 욕구를 짓누른다.

문재인정부의 부동산정책 1년은 투기와의 싸움이다. 전임 이명박.박근혜정부가 편 정책을 싹 뒤집었다. '빚 내서 집 사라'는 정책은 적폐로 몰렸고,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도 되살렸다. 반포현대 아파트는 문재인정부가 부활한 부담금을 적용한 첫 사례다. 지난 3월엔 재건축 안전진단을 대폭 강화하는 조치를 취했다. 요컨대 정부는 재건축에 겹겹이 재갈을 물렸다.

이런 널뛰기 정책은 부작용을 낳기 십상이다. 미국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은 '샤워실의 바보' 이야기를 했다. 수도꼭지를 틀었더니 찬물이 나온다. 그러자 바보는 꼭지를 뜨거운 물 쪽으로 확 틀었다. 다시 찬물, 다시 뜨거운 물…. 이를 냉.온탕 정책이라 한다.

문재인정부는 마치 재건축을 적폐로 여기는 듯하다. 그러나 더 나은 집에 살고 싶은 욕구를 정부가 막을 권리는 없다. 정부 정책은 부작용을 치유하고 조정하는 선에 그쳐야 한다.
혜전탈우(蹊田奪牛)란 고사성어가 있다. 내 소가 밭을 어지럽혔다고 소 자체를 빼앗는 건 과잉 징벌이다.
국토부의 재건축 정책은 과잉 대응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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