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지난 1998년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경비초소에서 총상을 입고 숨진 고(故) 김훈 중위 유족이 순직 처리 지연 등을 이유로 국가에 손해배상 소송을 냈지만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25일 김 중위 유족이 대한민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김 중위는 1998년 2월 JSA 경비초소에서 오른쪽 관자놀이에 총상을 입고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군 당국은 자살로 결론 내렸다. 하지만 유서가 없고 권총 자살일 경우 나타나는 화약흔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등 의혹이 일면서 타살 가능성이 제기됐고, 육군 헌병대와 군 검찰로 구성된 특별합동조사단이 3차례에 걸쳐 조사했으나 군 당국의 결론은 바뀌지 않았다. 이 사건은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대법원은 2006년 초동 수사 부실로 인한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를 인정해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또 2012년 국민권익위원회는 김 중위에 대한 순직 처리를 국방부에 권고했고, 2017년에는 김 중위에 대한 순직 결정이 사건 발생 19년 만에 이뤄졌다.
이후 김 중위 유족 2명은 2018년 6월 "국가가 뒤늦게 순직 처리하고도 '자살'이라고 주장한다"며 순직 처리 지연 등을 이유로 국가에 5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1심은 "당시 순직으로 추정된다는 직접적이거나 명확한 근거규정이 없는 상태에서 대법원에서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받은 2, 3차 수사과정을 통해 각 사망구분 결정이나 유지가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했다고 인정될 정도로 위법하지 않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2심도 "사망 구분을 심사했던 공무원들 입장에서는 진상규명 불능의 경우 이를 순직으로 인정할 직접적인 근거조항이 없었고, 당시 뚜렷한 선례나 법령해석 지침이 없는 상황에서 바로 사망 구분을 순직으로 결정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며 1심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JSA 내에서 의문사한 망인에 대한 순직처리의 거부 또는 지연이 일반의 공무원을 표준으로 볼 때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했다고 인정될 수 있는 정도로 위법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본 원심판단을 수긍한 사안"이라고 전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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