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1950년 한국전쟁(6·25전쟁) 중 도입돼 지난 73년간 국가 위기상황마다 우리 군 장병들을 후송·치료하는 임무를 수행했던 '국군병원열차'가 은퇴했다.
29일 군 당국에 따르면 전날 서울 용산구 서빙고역에서 출발한 국군병원열차는 전남 장성역에 도착하면서 마지막 정기운행을 마쳤다.
하범만 국군의무사령관(육군 준장)을 비롯한 국군의무사령부 등 한미 장병들은 서빙고역에서 이 열차의 '전역'을 축하했다.
국군병원열차는 1950년 12월 제1철도후송대가 창설되면서 환자후송에 활용됐다. 1969년부턴 '통일호' 열차를 기반으로 병원열차가 제작·운용됐고, 1998년 12월부턴 '무궁화호' 열차를 개조한 병원열차가 사용됐다.
국군의무사는 그동안 전방 군병원에서 '3주 이상 요양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은 환자의 병명과 병원별 수용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월 2회 열차를 운행했다. 군병원 환자 집결지인 서빙고역을 출발해 신탄진역(국군대전병원)을 거쳐 경산역(국군대구병원) 또는 장성역(국군함평병원)으로 환자를 후송하는 방식이었다.
은퇴한 병원열차는 일반 무궁화 열차 외관에 적십자 표시가 그려진 형태지만, 내부엔 진료실과 소(小)수술실, 그리고 산소공급기·심장제세동기를 포함한 30여개 의료장비가 설치돼 있어 긴급 심장질환자에 대한 응급처치, 간단한 외과 봉합 수술도 가능했다.
또 병원열차에선 장시간 이동해야 하는 특성을 반영해 신간 서적을 배치하고, 최신 영화·음악도 틀어주는가 하면, 탑승 장병들에 대한 식사 제공을 위해 대형 냉장고와 조리실 등도 구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국군병원열차 후송 소요는 고속도로 등 교통여건 개선과 버스를 활용한 육로 후송 확대, 그리고 전방 군병원의 진료능력 확충 등의 영향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해왔다.
이런 가운데 군 당국은 그동안 운용해온 열차 기종의 운용연한이 도래함에 따라 최종적으로 평시 병원열차 운행 중단을 결정했다.
우린 군은 병원열차 운행 종료에 따라 올해부터 KTX와 SRT·ITX 등 고속열차를 활용한 정기 환자후송 훈련을 추진할 계획이다.
군 당국은 이를 토대로 세부 후송 절차와 인원·물자 운영방안을 발전시켜 전시를 대비한 '미래 열차 후송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국군병원열차의 마지막 운행 현장엔 김성화 한미연합군사령부 의무처장(육군 대령)과 크리스토퍼 마틴 주한미군사령부 의무참모(육군 대령) 등도 나와 병원열차를 활용한 환자후송 체계를 견학하고 전시 연합 환자후송체계를 논의했다고 군 당국이 전했다.
현역에서 은퇴한 병원열차는 국군의무학교로 옮겨져 전시 열차 후송절차 교육을 위한 실습장으로 쓰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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