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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기업 성장 장애물 걷어내야 역동경제 살아난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6.03 20:11

수정 2024.06.03 20:11

기업 성장 사다리 점프업 방안 발표
불이익 없애고 규제 풀어줘야 성과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부가 유망 중소기업의 중견기업 도약을 돕는 다양한 방안을 3일 발표했다. 여기서 나온 '성장 사다리 점프업' 프로그램에 따르면 정부는 100개 유망 중소기업을 선정, 실제 중견기업으로 클 수 있게 3년간 밀착 관리한다. 기업별로 전담 디렉터를 두고 스케일업 전략을 수립하여 투자유치, 사업기회 등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돕겠다는 것이다.

자금조달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저금리 대출에 나서는 등 릴레이 지원 시스템도 구축한다. 상장기업이 중소기업 기준을 넘어선 뒤에도 종전과 같은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간은 7년으로 확대했다.
초기 중견기업에 적용되는 연구개발 세액공제 구간도 새로 만들어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넘어가도 세제혜택이 급감하지 않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한다.

정부의 성장 사다리 구축방안은 기업들에 만연한 '피터팬증후군'을 없애고 큰 기업으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물밑 지원을 하겠다는 의도다. 누차 지적됐던 문제이고 정책방향은 그렇게 갈 수밖에 없다. 우리 기업의 현실은 규모를 키우면 기존에 받던 지원은 사라지고 새로운 규제 족쇄를 차게 되는 구조다.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진입하는 기업 수가 계속 감소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중견기업 진입 건수는 지난 2017년 313개였는데 2022년 87개로 줄었다. 기업 규모가 커지면 그나마 있던 혜택이 다 끊기고 인센티브는 기대할 수 없는 시스템에서 누가 기업을 키우고 싶겠는가.

대기업으로 올라서는 것이 두려운 중견기업 문제도 같은 맥락이다. 대기업으로 분류되는 순간 감당해야 하는 정부 규제가 말도 못할 정도다. 정부가 지정하는 대기업 집단에 포함되면 공정거래법 등 41개 법률이 적용돼 상호출자금지 등 무려 274개의 규제를 받게 된다. 총수들은 4촌 이내 친족과 3촌 이내 인척의 주식 동향도 보고해야 한다. 우리나라에만 있는 제도로 도입된 지 40년이 다 돼간다.

경제구조는 그사이 하늘과 땅 차이로 달라졌는데 과거 시스템만 고집하면 기업은 기를 필 수 없다. 대기업 지정을 피하려고 계열사를 분사시키고 자산을 내다파는 편법까지 나오는 현실은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런 악순환이 계속되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기 어렵고 국가경제에도 독이 된다.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이어 다시 대기업으로 쑥쑥 크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되도록 정책을 서둘러야 하고 후속 입법도 이뤄져야 마땅하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일 "기업의 성장 사다리를 통해 역동경제 빌드업을 시작하겠다"며 향후 혁신 생태계 조성방안을 계속 내놓을 것이라고 했다. 기업이 성장을 주저하고 포기하면 경제는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다. 이런 면에서 정부 성장 사다리는 시늉만 내다 끝나선 안 될 것이다.
기업을 잘 키우면 그 열매는 국가와 국민에게 돌아온다. 과감한 인센티브와 불필요한 규제 그물을 치우는 데 정부가 사활을 걸어야 한다.
새로 출발하는 22대 국회도 적극 협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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