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한동하의 본초여담] 심한 종기에 OOO 말을 타고 뜸 자리를 잡았다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8.24 06:00

수정 2024.08.24 06:00

[파이낸셜뉴스] 본초여담(本草餘談)은 한동하 한의사가 한의서에 기록된 다양한 치험례나 흥미롭고 유익한 기록들을 근거로 이야기 형식으로 재미있게 풀어쓴 글입니다. <편집자 주>

송나라때 간행된 <영송본비급구방(影宋本備急灸方)>이란 책의 두 번째 권에는 옹저(癰疽)에 특효가 있는 '기죽마구법(騎竹馬灸法)'이 그림과 함께 소개되어 있다. 원작자는 분명하지 않다.
송나라때 간행된 <영송본비급구방(影宋本備急灸方)> 이란 책의 두 번째 권에는 옹저(癰疽)에 특효가 있는 '기죽마구법(騎竹馬灸法)'이 그림과 함께 소개되어 있다. 원작자는 분명하지 않다.


옛날 어느 한 사내기가 등과 팔다리에 심한 종기를 앓았다. 사내의 종기는 어떤 치료를 해도 좋아지지 않았다. 이런저런 탕약도 먹어 보고, 효과가 좋다는 고약도 붙여봤다. 그러나 별다른 차도가 없이 점차 심해졌다.


당시 종기 치료에 일가견이 있는 어느 의원이 있었다. 그 의원은 종기에 주로 뜸을 떠서 치료했다. 그 사내는 수소문 끝에 그 의원을 찾았다.

“의원님 저 좀 고쳐주십시오. 팔다리에서 시작한 종기가 등까지 타고 올라갔습니다. 이제 죽을 것처럼 힘듭니다.”라고 사정을 했다.

의원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제자들에게 “이 환자에게 기죽마구법(騎竹馬灸法)을 시행하겠다. 대나무를 가져오도록 하거라.”라고 했다.

그런데 이 말을 들은 어린 제자는 ‘무슨 말인가?’하고 어안이 벙벙해 하고 있을 때, 다른 경륜이 있는 제자는 곧바로 대나무를 가져왔다. 대나무는 한쪽 귀퉁이에 가지런히 놓여 있는 것을 보면 원래 치료에 사용하던 용도였던 것 같다.

어린 제자가 묻기를 “스승님, 기죽마구법(騎竹馬灸法)이 뭡니까?”하고 물었다.

그러자 스승은 “대나무말을 태워서 뜸을 뜨는 것이다.”라고 했다. 기(騎) 자는 ‘말을 타다’는 의미니 기죽마(騎竹馬)라고 하면 대나무말을 타는 것이다. 구법(灸法)은 바로 뜸법이다.

그러나 사내가 어이가 없어 하면서 “아니 종기를 치료해달라고 했더니 갑자기 대나무말을 태우겠다니요?”라고 따졌다.

그러자 의원은 “지금 대나무말을 태우는 것은 맞으나 대나무말은 결국 뜸을 뜨기 위한 방편이니 내가 하라는 대로 하면 살 것이요. 옛날 많은 의원들이 이 방법으로 뜸을 떠서 죽을 사람을 살려낸 숫자가 셀 수가 없이 많았소. 나도 일찍이 사용해 봤는데, 뛰어난 효험이 있었소이다.”라고 하면서 설득했다.

사내는 옛날부터 있었던 뜸치료 방법이고, 의원도 익히 경험을 해서 효과를 봤다고 하니 한번 해보기로 했다.

의원은 먼저 책상 앞에 서서 사내에게 팔꿈치를 책상 위에 붙이고 팔뚝과 팔목을 수직으로 똑바로 세우도록 했다. 그러고 나서 얇은 대나무 껍질로 좌측 팔 오금이 부위의 횡문으로부터 전완부위 팔뚝 안쪽 살에 붙여서 가운데 손가락이 끝나는 부분까지 길이를 쟀다. 그러고 나서 그 길이만큼 대나무껍질을 잘랐다. 손톱길이는 재지 않았다. 팔오금이 횡문 부위는 척택혈(尺澤穴) 부위를 기준으로 삼았다.

의원은 굵고 적당하게 긴 대나무를 양쪽 평상에 걸치고 나서 사내에게 위아래 옷을 모두 벗게 해서 대나무말을 타도록 했다. 발은 땅에서 약간 떨어지게 해서 발이 땅에 닿지 않도록 했다. 사내의 체중 때문에 대나무가 낭창거렸고 대나무는 사내의 회음부위와 항문부위를 압박해서 위로 끝까지 파고드는 것 같았다. 사내는 “아래가 불편하고 아픕니다.”라고 하자, 의원은 “조금만 참도록 하시오. 곧 끝날 것이외다.”라고 했다.

제자 두 명에게 사내를 양쪽에서 붙들어서 넘어지지 않게 했다. 의원은 앞서 팔뚝에서 재어 놓았던 대나무껍질을 이용해서 대나무에 걸터앉아 있는 사내의 엉덩이 꼬리뼈 부위에서부터 똑바로 올려재서 등 척추 중간에 먹으로 점을 찍어 표시를 했다.

사내가 “그곳에 뜸을 뜨려는 것이요?”하고 물었다. 그러자 의원은 “이곳은 뜸을 뜨려고 표시한 자리가 아니요. 잠시만 기다리시구려.”라고 했다.

의원은 다시 얇은 대나무껍질을 자로 삼아서 사내의 왼쪽 가운데 손가락 중간마디를 재어서 1촌으로 삼았다.

그러고 나서 앞서 점을 찍어서 표시해 놓았던 곳의 양쪽으로 각각 그 길이만큼 떨어진 곳에 먹으로 점을 찍으면서 “각 1촌! 이곳이 바로 뜸을 뜨는 자리요.”라고 했다. 그렇게 해놓으니 등의 척추 중간을 중심으로 옆으로 총 3개의 점이 찍혔다.

그때 사내를 부축하고 있던 한 어린 제자가 “아니 왜 1촌 길이를 굳이 손가락 중간 마디 길이를 재는 것입니까? 처음 표시한 곳에서 양쪽으로 일정 길이를 잡으면 되는 것 아닙니까?”라고 했다.

그러자 의원은 “사람마다 1촌의 길이가 다르다. 키가 큰 사람은 손가락도 길쭉할 것이고, 키가 작은 사람은 손가락 길이도 짧을 것 아니냐. 그러니 모든 사람을 동일한 길이로 1촌을 잡지 않고 그 사람의 키와 뼈의 길이에 따라서 1촌을 달리 잡는 것이다. 이것을 골도분촌법(골度分寸法)이라고 한다.”라고 설명해 주었다.

의원은 사내를 대나무말에서 내려오게 한 후 옷을 입게 했다. 그리고 약방으로 들어가서 엎드리도록 했다. 그러고 나서 마지막에 표시했던 양쪽 두 곳에 5장씩 뜸을 떴다.

어린 제자가 묻기를 “기죽마구법으로 뜸을 뜨는 것은 종기가 난 자리에 뜸을 뜨는 것과 효과에 차이가 있는 것입니까?”하고 물었다.

그러자 의원은 “기죽마구법은 옹저나 종기가 어느 곳에 생겼는지를 불문하고 모두 이 방법으로 뜸을 뜨면 낫지 않는 것이 없다. 보통 종기가 왼쪽에 있으면 오른쪽에 뜸을 뜨고, 오른쪽에 있으면 왼쪽에 뜸을 뜬다. 여기저기 심하면 양쪽 모두에 뜸을 뜨면 된다.”라고 했다.

그러자 어린 제자는 다시 “아니, 이렇게 대나무껍질로 길이를 재서 잡은 혈자리가 어떤 의미가 있기에 그런 효과가 있는 것입니까?” 그러자 의원은 “대개 이 두 혈은 심장의 맥이 지나가는 곳이다. 옹저나 종기는 모두 심화(心火)가 머물러 뭉쳐서 생긴 것이니 여기에 뜸을 뜨면 심화가 잘 흘러서 통하게 되니 즉시 편안해 지면서 낫게 되는 것이다. 이 혈은 기사회생의 효과가 있으니 여러 번 시험하여 여러 번 효과를 보았다.”라고 했다.

경험이 많은 제자가 “소문에 이르기를 모든 통증과 가려움증과 종기는 다 심장에 속한다고 했습니다. 스승님은 이 조문을 실천하시는 것이군요.”하고 하자, 의원은 “맞다. 심장은 혈을 운행시키니 심장이 막히면 혈이 돌지 못하기 때문에 기혈(氣血)이 막혀서 옹종이나 종기가 생기는 것이다. 심장에는 바로 뜸을 뜰 수 없고, 심경(心經) 또한 화경(火經)이니 함부로 뜸을 뜰 수가 없다. 그러나 이 혈에 뜸을 뜨면 심화가 고르게 되어 잘 통하게 되고 죽을 지경에 이른 옹저 또한 즉시 낫게 되므로 약을 먹는 것보다 훨씬 효과가 좋다.”라고 했다.

사내는 이처럼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뜸자리를 잡아서 뜸을 뜨자 온 몸의 종기가 서서히 아물면서 사라졌다. 일명 ‘대나무말 뜸법’이었다.

** 제목의 ○○○은 ‘대나무’입니다.

오늘의 본초여담 이야기 출처

<향약집성방> 癰疽瘡瘍門. 鍼灸法. 又騎竹馬灸法, 治風疽, 發背, 發腦, 發鬢, 發鬚, 發頤, 發肋, 發腰, 發腿, 或發於四肢, 或婦人嬭癰, 不問男女, 一見有此疾者, 皆可卽便用此法灸之, 無不安愈. 如葉承相, 洪內翰, 陳日華, 郭知縣方皆云, 自得此, 救人不可勝計. 僕亦嘗用, 果有神効. 其法, 先令病人以肘凭几, 竪臂腕要直, 用篾一條, 自臂腕中曲處橫紋, 男左女右, 貼肉量起, 直至中指尖盡處, 截斷爲則, 不量指甲, 却用竹扛一條, 令病人脫去上下衣騎定, 令脚不着地, 離地五寸, 又令二人扶定, 勿令僵仆, 却將前所量臂腕篾, 從竹扛坐處, 尾骶骨盡處, 直向上, 貼脊背量, 至篾盡處爲則, 用墨點定, 此只是取中, 非灸穴也. 却用薄篾作則子, 量病人中指節, 相去兩橫紋爲則, 男左女右, 截爲一則, 就前所點記處兩邊 各量一則, 卽兩傍各一寸盡處, 卽是灸穴. 兩穴各灸五壯, 或七壯止, 不可多灸. 不問癰生何處, 竝用此法灸之, 無不愈者. 一云, 可視發疽, 發於左則灸右, 發於右則灸左, 甚則左右皆灸, 蓋此二穴, 心脈所過處, 凡癰癤皆心火留滯而生, 灸此則心火流通, 卽見安愈, 可以起死救危, 有非常之効, 屢試屢驗矣. 素問云, 諸痛庠瘡, 皆屬於心. 又云, 榮氣不和, 逆於肉理, 乃生癰腫. 榮者, 血也. 心能行血, 心滯則血爲之不行, 故逆於肉理, 而生癰腫. 灸此穴, 使心火調暢, 血脈流通, 愈於服藥多矣. (옹저창양문. 침구법. 또 기죽마구법이 있다. 풍저, 발배, 발뇌, 발빈, 발수, 발이, 발륵, 발요, 발퇴와 혹은 사지에서 생긴 것 혹은 부인의 내옹을 치료한다. 남녀를 불문하고 만일 이러한 질환이 있는 자는 모두 이 방법을 써서 뜸을 뜨니 편안히 낫지 아니한 경우가 없다. 섭승상, 홍내한, 진일화, 현의 책임자를 지낸 곽방이 모두 이르기를 “자신들이 이 방법을 터득하여 사람을 치료한 것이 이루다 셀 수 없다.”고 하였다. 나도 또한 일찍이 사용해 보았는데 과연 뛰어난 효험이 있었다. 그 방법은 먼저 환자로 하여금 팔꿈치를 책상 위에 붙이고 팔뚝과 팔목을 수직으로 똑바로 세운다. 하나의 대나무 껍질을 가지고 굽힌 팔이 끝난 횡문으로부터 남자는 좌측, 여자는 우측을 재는데 대껍질을 살에 붙여 곧장 가운데 손가락이 끝난 곳에 이르러 대껍질을 끊어서 기준을 삼는다. 이 때 손톱은 재지 않는다. 다시 대나무 막대기 하나를 가지고 환자의 위, 아래 옷을 모두 벗게 하고 그 위에 타게 하여 발은 땅에서 5촌을 떨어지게 하여 땅에 닿지 않게 한다. 또 두 사람으로 하여금 환자를 부축하여 넘어지지 않게 하고 앞에서 팔 길이를 재어놓았던 대껍질을 대나무 막대기를 타고 앉은 곳의 미저골 끝으로부터 똑바로 위로 올려 등에 붙여서 대껍질이 끝나는 곳을 기준하여 먹으로 점을 찍어 놓는데 이곳은 단지 중심을 정한 것이고 뜸뜨는 혈은 아니다. 다시 얇은 대껍질을 자로 삼아 환자의 가운데 손가락 가운데마디를 재어 기준을 정하는데 남자는 왼손가락, 여자는 오른손가락을 잰다. 그 길이를 끊어서 한 변을 삼는다. 앞에 점찍어서 표시해 놓았던 곳의 양쪽으로 각각 한 변을 가져다가 재는데 양쪽으로 각각 1촌이 끝나는 곳이 바로 뜸을 뜨는 혈이다. 양쪽 혈에 각각 5장 혹은 7장의 뜸을 뜨는데 많이 떠서는 안 된다. 옹이 어느 곳에 생겼는지를 불문하고 모두 이 방법으로 뜸을 뜨면 낫지 않는 것이 없다. 어떤 사람이 이르기를 “저가 생긴 것을 보아 왼쪽에서 생겼으면 오른쪽을 뜨고 오른쪽에 생겼으면 왼쪽을 뜨며 심하면 양쪽을 다 뜬다.”고 하였다. 대게 이 두 혈은 심장의 맥이 지나가는 곳이다. 옹과 절은 모두 심화가 머물러 뭉쳐서 생긴 것이니 여기에 뜸을 뜨면 심화가 잘 흘러서 통하게 되니 즉시 편안해 지면서 낫게 되는 것이다. 죽은 사람을 살리고 위태로운 것을 구원하여 대단히 뛰어난 효과가 있으니 여러 번 시험하여 여러 번 효과를 보았다. 소문에 이르기를 “모든 통증과 가려움증과 종기는 다 심장에 속한다.”고 하였고 또 이르기를 “기가 조화되지 않아 기육에서 거꾸로 흐르면 옹종이 생긴다.
”고 하였다. 영은 혈이고 심장은 피를 운행시키니 심장이 막히면 피가 운행하지 못하기 때문에 기육에서 막혀서 옹종이 생기는 것이다.
이 혈에 뜸을 뜨면 심화가 고르게 되어 잘 통하게 되고 혈맥이 잘 유통하여 약을 먹는 것보다 훨씬 효과가 좋다.)

/ 한동하 한동하한의원 원장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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