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이낸셜뉴스] 금융당국이 검토 중인 '책임준공기간 연장 관련 금융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모범규준'은 그동안 건설업계가 제시했던 의견을 크게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 건설경기 악화로 시공사(건설사)의 PF 채무인수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위기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책임준공에 대한 부담을 덜어줘 건설사의 줄도산을 막자는 취지로 해석된다. 다만 시공사가 짊어진 리스크를 금융사에 '떠넘기기' 한다는 지적과 함께 이미 움추러든 PF 신규대출 시장을 더욱 얼어붙게 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건설사 '부도 리스크' 커지자 책준 부담 완화 추진
책임준공 미이행시 조건부 채무인수 관행이 자리잡은 시점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다. 과거 외환위기를 계기로 도입된 연대보증 제도가 시공사의 손실흡수능력을 웃도는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정부와 업계는 책임준공 및 미이행시 채무인수 약정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시공사는 미준공 리스크에 대해서만 책임을 지고, 준공 후 미분양이나 미매각 등 사업성과 관련된 리스크는 사업주체인 시행사와 투자자인 대주단이 지도록 하는 구조다. 시행과 시공 리스크의 분리가 목적이었지만 실제로는 작동하지 않아 건설사가 채무를 인수하는 사례가 속출하게 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23년 12월 이후 1년간 시공사들의 채무인수는 6건, 금액으로는 3000억원에 달했다. 건설업계는 책임준공 약정 면책사유가 전쟁과 지진 등 천재지변만 인정한다는 점이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시행사 부실로 공사비를 받지 못해도 건설사가 자기 자금으로 준공을 마무리해야 하고, 준공일이 하루라고 초과하면 시공사 채무를 인수해야 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최근 ‘부동산 PF 약정의 공정성 제고 위한 제도적 보완방안’ 보고서에서 "책임준공 약정이 공사비 상승과 금리 인상 등 여파로 나빠진 사업 여건과 맞물리면서 시공사 부실을 부르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부도 건설업계가 제시한 책임준공 제도개선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이에 지난해 시행업계와 건설업계, 금융권과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책임준공 개선 TF’를 구성하고 올해 1·4분기 책임준공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하기로 하고 이번 모범규준을 마련했다.
■금융권 "PF 대출시장 위축 우려..시행사 자본력 추가 확보 등 필요"
금융권에서는 이번 방안이 그대로 시행될 경우 PF 신규대출이 크게 위축될 수 있는 만큼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권의 PF 신규대출 취급액은 지난해 3·4분기 16조4000억원에 이른다. PF 부실 위험이 급증해 PF 신규 대출이 크게 감소했던 지난해 1·4분기(9조원)에 비해 상당히 회복했지만 재개발·재건축 호황기였던 2010년이나 지식산업센터 등 상업용 부동산 호황이었던 2020년 초반에 비해서는 크게 줄어든 수준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PF 사업장의 물량 자체가 많이 줄었고, 사업성을 확보한 딜 역시 감소했다"고 말했다.
금융업계는 부동산 침체로 가뜩이나 움추러든 분위기에 이번 모범규준이 그대로 시행될 경우 건설사의 리스크 부담이 금융권으로 그대로 옮겨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PF 신규 대출이 더 막힐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아파트 분양계약의 경우 입주 예정일이 3개월 경과되면 분양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며 "이번 모범규준에 따라 태풍이나 홍수 등으로 입주 예정일이 경과되면 수분양자들의 분양계약 해지 요구에 따른 부담은 금융사가 떠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금융권에서는 받아들이기 부담스러운 내용"이라며 "건설사(시공사) 입장에서도 PF 신규 대출이 막히면 타격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이 건설업계와 금융업계로부터 추가 의견을 청취해 접점을 찾을 것으로 기대했다. 책임준공 기간 지연에 따른 △금리상승 △사업비 증가 △시행사의 자본력 추가 확보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도 일부 준공 지연 사업장의 경우 대주단 합의로 기간을 연장해주고 있다"며 "이번 모범규준에 따른 프랙티스(practice·업계 내 비즈니스 방식)가 정립되면 수용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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