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이낸셜뉴스] 올해 1·4분기 새 아파트 분양시장이 금리 인상·공사비 폭등·미분양 증가 등으로 '역대급' 침체를 겪은 지난 2023년보다 더 심각한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3개월여 동안 서울은 고작 1개 단지만 공급됐고, 전국 분양 단지 역시 지난해보다 절반 이상 감소하면서 공급절벽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19일 청약홈 자료를 토대로 최근 5년(2021년~2025년)간 1·4분기 분양 단지를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청약홈에 따르면 올해 서울서 분양 접수를 받은 단지는 이달 17일 기준으로 서초구 방배동 ‘래미원 원페를라’ 1곳에 불과했다. 서울 등 수도권 전체로도 경기 8개·인천 2개 단지 등 11개 아파트가 접수를 받는데 그쳤다.
지난 2024년과 비교하면 말 그대로 처참한 성적이다. 지난해 1~3월에는 서울 5개, 경기 18개, 인천 7개 단지 등 수도권에서만 30개 단지가 선보였다. 수도권 분양 아파트 기준으로 64% 감소했다.
전국으로 범위를 넓혀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지난 2024년 1~3월에는 68개 단지가 청약 접수를 받았다. 하지만 올해 들어 현재까지 절반 이상 줄어든 31개 단지가 청약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더 큰 문제는 올해 실적이 최근 5년간 분양시장이 가장 침체된 2023년보다 더 악화됐다는 점이다. 1·4분기 전국 분양 단지를 보면 2021년 91개 단지(수도권 32개 단지), 2022년에 103개 단지(44개 단지) 등을 기록하다 2023년에 40개 단지(21개 단지)로 크게 감소했다. 당시 봄 분양시장이 사라졌다는 분석이 나왔을 정도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2023년 봄 분양시장의 경우 금리 인상, 공사비 폭등, 미분양 증가 등이 한번에 쓰나미처럼 몰리면서 최악의 상황을 경험했던 때”라며 “올 봄 분양시장의 경우 탄핵정국까지 겹치면서 더 악화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자칫 상반기 분양시장이 실종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부동산 경기침체 골이 깊어지는 가운데 탄핵정국 여파가 상반기까지 미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A건설사 관계자는 “일단 상반기는 급한 물량 아니면 하반기로 넘기자는 분위기”라며 “이후에도 상황을 봐서 분양 시기를 저울질 할 계획”이라고 했다. B사 관계자는 “입주까지는 통상 3~4년이 소요되는 데 공급부족 우려가 장기화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라고 우려했다. 김은선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정부가 부동산 경기 회복에 나서고 있으나 수요 위축을 단기간에 반전 시키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편 청약통장 가입자는 공급물량 감소에다 분양가 상승 등으로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ljb@fnnews.com 이종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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