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헌재 앞부터 광화문까지… 尹선고 임박 '알박기 시위' 기승

서지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3.19 18:18

수정 2025.03.19 18:41

'탄핵''기각' 적힌 깃발·천막에
이불 깔린 돗자리 눕방 등 눈살
통행로 절반 넘게 차지해 불편
"천막 안 철야농성 불법이지만
안전 이슈로 강제집행 어려워"
관할구청·경찰 등도 대응 난감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는 이들이 천막을 치고 농성(왼쪽 사진)을, 헌법재판소 입구에서는 탄핵에 반대하는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천막을 설치하고 '알박기'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서지윤 기자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는 이들이 천막을 치고 농성(왼쪽 사진)을, 헌법재판소 입구에서는 탄핵에 반대하는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천막을 설치하고 '알박기'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서지윤 기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목전에 두고 '천막 집회'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천막에서 밤을 새우는 철야 농성과 '알박기' 시위까지 계속되는 가운데 정치권도 가세하는 형국이다. 그러나 집회를 관리하는 경찰과 지방자치단체는 강력 대응이 쉽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민들은 통행 불편을 호소한다.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입구의 해치상부터 서울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4번출구까지 약 250m 길이의 인도에는 40여개의 천막과 텐트 12개가 설치돼 있었다.

윤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는 찬탄(탄핵 찬성) 세력이 세운 것이다. 이들은 쇠나 나무로 지지대를 만들고, 천막이 바람에 쓰러지지 않도록 생수통이나 포대자루를 천막에 단단히 묶어 놓았다. 천막이 설치된 탓에 2m 남짓한 인도의 절반가량만 통행이 가능했다. 시위대가 대규모로 이동할 때면 부딪히지 않도록 발걸음을 멈추고 기다렸다가 지나가야 했다.

같은 시간 광화문광장에서 800m 정도 떨어진 헌재 앞에서도 이른바 '알박기' 시위가 계속됐다. 헌재에서 안국역 방향 25m길이의 인도에 윤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대형 천막을 세웠다. 이들은 돗자리 위에 이불을 깐 채 며칠째 '1인 시위'를 표방하며 밤샘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한 명 남짓 들어갈 만한 1인용 텐트도 2개 설치됐다.

종로구청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종로구에 설치된 천막은 60여개에 달한다. 주말에는 규모가 조금 더 늘어난다고 한다.

탄핵 찬반 여론전에 돌입한 정치권도 가세했다. 지난 11일 '윤석열 탄핵 야5당 국회의원 연대(탄핵연대)' 의원들은 광화문광장 앞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단식 농성을 시작했다. 지난 18일 위성곤·이재강·채현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천막 단식을 이어갔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천막농성장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기 전 단식 농성 중인 이들을 찾아가 격려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의원들도 지난 11일부터 헌재 앞에 설치된 천막에서 대통령 탄핵 각하 릴레이 시위를 이어오고 있다. 19일에도 이만희·이종배 국민의힘 의원은 헌재 앞에서 시위를 했다.

종로구청은 광화문과 헌재 앞에 설치된 천막이 불법 시설물이라는 입장이다. 도로법에 따르면 누구든지 정당한 사유 없이 도로에 장애물을 쌓아놓거나 도로의 구조나 교통에 지장을 줘서는 안 된다. 다만 당장 철거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한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강제집행을 하기 위해서는 법령에 나와 있는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탄핵 선고를 하기 전까지 그런 대집행을 하기 위한 시간적인 여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강제로 집행하면 시위대가 다칠 수도 있다.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에 자진 철거하도록 지속적으로 설득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설득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경찰 관계자는 "천막 안에서 하는 철야농성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집회는 오후 11시 59분까지 하고, 그다음 날 아침에 다시 시작해야 한다"면서도 "(탄핵 국면에서) 진보와 보수가 다 종로에 있다 보니까 어느 한쪽에 치우쳐서 계도하거나 행정지도 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며, 공정하게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천막 농성이 계속되며 시민들은 통행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푸념했다. 중국에서 여행 온 리씨(21)는 "여행하느라 이런 불편도 추억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출퇴근길에 이렇게 걸어가야 한다면 짜증이 날 것 같다"고 했다. 헌재 인근에서 마주친 종로구 주민 박모씨(36)는 "나갔다 오면 스트레스받을 일이 많아서 최대한 외출을 삼가고 있다"고 전했다.

jyseo@fnnews.com 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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