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주]기후변화는 인류의 위기다. 이제 모두의 '조별 과제'가 된 이 문제는, 때로 막막하고 자주 어렵다. 우리는 각자 무얼 할 수 있을까. 문화 속 기후·환경 이야기를 통해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을 끌고, 나아갈 바를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한다.
(서울=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바닥에 나뒹구는 매머드의 뿔부터 까맣게 그을린 생선까지 시뻘건 화염에 녹아내렸다. 베어진 나무 그루터기에는 벌새가 앉은 채 죽은 듯 보인다.
공상과학 영화나 사료(史料)는 아니다. 경기 과천 K&L 박물관에서 열렸던 '재로부터의 부활 : 재생의 이야기'의 한 장면이다.
스위스 현대미술가 클라우디아 콤테는 기후변화의 위험성과 생태계 파괴에 대한 경고를 설치 예술 작품을 통해 공유했다.
스위스 현대미술가 클라우디아 콤테는 이번 전시를 통해 화산이라는 자연 현상을 중심으로 자연의 파괴와 재생, 그리고 인간과 환경의 관계를 입체적으로 풀어냈다. 그는 화산 폭발로 상징되는 자연의 파괴적 힘이 토양을 비옥하게 하고 생명을 재생시키는 순환의 구조를 지녔음을 강조했다. 콤테는 "기후위기와 생태계 붕괴의 문제를 환기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콤테는 디지털 기술과 수작업을 결합한 설치미술로 전시장 전체를 하나의 화산 지대로 만들었다. 바닥에는 용암이 깔렸고, 벽은 검은 흙으로 뒤덮였다. 벽면을 타고 흐르는 곡선형 벽화는 마치 용암이 굽이치며 실내를 휘감는 듯한 인상을 준다.
곳곳에는 동물 조각도 설치됐다. 화산과 인간 활동으로 인해 멸종했거나 생존한 생물들이다. 검은 마르퀴니아 대리석으로 만든 이 조각들은 멸종(위기) 동물에 대한 안타까움이 담겼다.
콤테의 작업은 기후변화라는 인류 보편의 문제를 예술적 언어로 전환하여, 인간이 자연의 순환에 어떻게 개입하고 있는지를 되묻는다.
작가는 이를 통해 인간이 자연의 일부로서 창조와 파괴의 이중적 역할을 수행해왔음을 시사한다. 콤테는 “인간도 화산처럼 스스로를 파괴하면서도 동시에 새로운 문명과 문화를 창조하는 존재”라고 말했다.
그는 화산의 순환 구조를 빌려, 오늘날 인간이 맞닥뜨린 기후위기와 생태계 붕괴 속에서 우리가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를 묻는다. 그는 인터뷰를 통해 "자연의 힘을 재해석해 인간이 자초한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깨닫게 하고, 동시에 우리가 가진 재생의 가능성 역시 일깨우려는 시도"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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