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청·의성 등 전국 30여곳 산불
주민 수천명 임시주거시설 대피
산청선 화재 진압하다 4명 사망
주민 수천명 임시주거시설 대피
산청선 화재 진압하다 4명 사망

주말 전국 곳곳에 30여건의 산불이 동시다발로 발생하면서 대형 재난으로 번지고 있다. 산불이 사흘째 이어지는 가운데 불길이 잡히지 않고 있다. 지역별로 헬기와 진화인력을 총동원하고 있지만, 강한 바람을 타고 불길이 주변 지역으로 번지는 등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경남 산청과 경북 의성, 울산 울주, 경남 김해에서는 많은 인명피해와 재산피해를 냈다.
23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오전 8시 기준 산청군에서 시작된 산불로 4명이 사망하고 중상자 5명, 경상자 1명 등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산림당국은 산청을 비롯해 경북 의성, 울산 울주에는 최고 대응 단계인 '산불 3단계'를 발령하고 진화에 집중하고 있다. 산림청 중앙사고수습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21일 산불이 발생한 산청군 시천면 한 야산의 진화율은 이날 오후 1시 기준 65%가량이다. 당국은 헬기 102대, 인력 2243명, 진화차량 217대를 투입해 진화작업 중이다.
산림청은 충청·호남·영남 지역의 산불재난 국가위기경보를 '심각' 단계로 격상했다. 수도권과 강원 지역은 '경계'로 높였다.
산림청 관계자는 "고온건조한 날씨로 전국적으로 산불이 많이 발생하고 있으며, 강한 바람에 대형 산불로 확산될 위험이 높은 상황이니 불씨 관리에 철저를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건조한 날씨에 강한 바람이 맞물리면서 진화가 녹록지 않은 가운데 산불이 계속 확산되고 있어 피해규모가 더 커질 우려가 있다. 특히 골짜기에서 산꼭대기로 부는 골바람까지 더해져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른 지역에서도 동시에 산불이 발생하면서 장비와 인력 배치의 어려움이 커졌다. 평년보다 적었던 강수량과 봄철 건조한 날씨로 인해 마른 나무 등이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
현재까지 축구장 4600개에 해당하는 산림 3286㏊(추정)가 소실됐다. 지난 2022년 3월 동해안에서 발생한 산불(2만523㏊) 이후 최대 피해 규모다.
산청에 집중된 인명피해로 4명이 목숨을 잃었다. 창녕군 소속 공무원 1명, 진화대원 3명이다. 이들은 산불을 진화하던 중 역풍에 고립되면서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창녕군은 유가족과 협의해 사망자 4명의 시신을 창녕서울병원에 안치하고 빈소를 마련할 예정이다. 부상자는 중상 5명, 경상 1명 등 6명이다.
주민 대피도 대규모로 이뤄졌다. 의성군 내 504가구 948명이 의성실내체육관, 마을회관 등으로 대피해 있다. 산청에서는 주민 461명이 동의보감촌 등으로 대피를 완료했다. 울주군에서는 기존 대피령이 내려진 양달마을 76명과 인근 5개 마을 주민 791명을 합쳐 총 867명에게 대피령이 내려졌다. 김해에서는 148명 등이 임시주거시설로 대피했다.
경남에서는 산청 산불이 강풍을 타고 인접한 하동군 옥종면 두량리 뒷산으로 확산되면서 경남도 기념물로 지정된 수령 900년 '두양리 은행나무'가 전소됐다.
당국은 이날 오후 3시쯤 주불을 진화할 예정이었지만 북동풍 초속 5m 이상의 강한 바람이 불면서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편 정부는 이번 산불 대응을 위해 지난 22일부터 중대본을 가동하고 울산시·경북도·경남도 일원에 재난사태를 선포했다. 재난사태 선포 지역에는 재난경보 발령, 인력·장비·물자 동원, 위험구역 설정, 대피명령, 응급지원, 공무원 비상소집 등 조치와 범정부 차원의 대응을 하게 된다. 인명피해까지 발생한 산청군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ronia@fnnews.com 이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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