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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왔지만...소비는 '얼고' 수출은 '흔들'

이보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3.30 11:46

수정 2025.03.30 14:34

소비 위축·정치 불안·산불에 미 통상 압박까지
[파이낸셜뉴스] 한국 경제가 사면초가에 빠졌다. 소비 부진과 정치 불확실성, 대형 산불 재난이 한꺼번에 덮쳤고, 4월부터는 미국의 통상압박이 본격화된다. 경기 보강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 논의도 여야의 극한 대립 속에 표류하면서 ‘골든 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산불재난에 트럼프 式 관세 폭탄까지 가세

통계청에 따르면 1월 소매판매액 지수는 전월보다 0.6% 감소했고, 서비스업 생산지수도 0.8% 줄었다. 실물 소비와 서비스 소비가 동시에 위축된 것이다.

같은 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3.4로, 기준선(100)에 크게 못 미쳤다. 민간 소비의 체온이 아직 1도 이상 낮은 셈이다.

카드 매출 역시 줄었다. 여신금융협회 집계에 따르면 1월 숙박·음식점 업종의 카드 매출은 12조7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2200억원) 감소했다.

정치적 불확실성도 내수 위축에 기름을 붓고 있다.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가 지연되면서 리더십 공백이 길어지고, 전국에서 찬반 시위가 이어지며 사회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대형 산불 피해까지 터졌다. 지난 22일 경북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은 인근 5개 시·군으로 번지며 4만8238㏊, 여의도의 166배 면적을 태웠다. 주택 2996채, 농업시설 1142곳 등 피해 시설도 4800여 곳에 달한다.

지역 사회는 사실상 마비 상태다. 산불이 관광 수요는 물론 지역 경제의 일상 기능까지 마비시키며 봄철 경기 회복 기대도 어렵게 됐다.

4월부터는 수출 불확실성까지 덮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미 무역흑자국에 ‘동등한 수준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며 상호 관세 도입을 예고했다. 한국은 미국과의 무역수지 흑자가 큰 나라로, 고세율 적용 대상인 ‘더티 15’에 포함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더 큰 문제는 자동차 관세다. 트럼프 대통령은 외국산 자동차에 25% 고율 관세를 매기겠다고 밝혔다. 이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지만 한국은 대미 수출 1위 품목이 자동차인 만큼 충격이 불가피하다.

한국은행도 최근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자동차 등 관세 부과 품목의 대미 수출 비중이 크고 대체 시장이 마땅치 않아 피해가 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기획재정부 역시 3월 ‘그린북’에서 “수출 증가세 둔화와 경제 심리 위축 등 경기 하방 압력이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추경 논의는 ‘정쟁의 늪’
영남권 중심의 동시다발적인 산불을 계기로 추경론에 재시동이 걸렸지만 현실화까지 험로가 예상된다.

산불 복구와 통상 대응을 위한 예산 투입이 시급하지만, 여야는 세부 방안에서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재난 대응 예비비 증액을 주장했다. 야권의 '예비비 삭감'을 부각하겠다는 정치적 포석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은 현재의 예비비로도 이번 사태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산불 피해 규모조차 아직 정확히 집계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야 간 책임 공방만 커지고 있다.
논의가 경기 부양 추경으로 확대될 경우 갈등은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여당은 예비비 중심의 추경을 주장하고 있지만, 내수 심리가 살아나지 않는 상황에서 경기 대응까지 담은 추경을 거론할 가능성이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산불 대응 추경과 함께 민생 회복 소비 쿠폰, 상생 소비 캐시백, 지역 화폐 할인 지원 등 소비 진작 패키지도 적극 추진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정치권의 줄다리기는 더욱 팽팽해질 전망이다.

spring@fnnews.com 이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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