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發 공식입장은 안 나와


당초 탄핵안 기각 또는 각하에 기대를 걸었던 대통령실은 충격 속에 특별한 입장 발표 없이 조용한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대통령실 실장과 수석급 참모진 전원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게 일괄 사의를 표명했다.
윤 전 대통령 파면 선고 이후 국가원수를 상징하던 봉황기가 내려졌고, 직무정지 기간에도 대통령의 공식 행보를 보여주던 영상은 이날 오후 화면이 꺼지는 등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실은 정리 수순을 밟아 나갔다.
윤 전 대통령은 이날 변호인단을 통해 "그동안 대한민국을 위해 일할 수 있어서 큰 영광이었다"면서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앞서 헌재가 이날 윤 전 대통령 파면을 결정하면서 지난 2022년 5월 10일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1060일 만에 막을 내렸다. 윤 전 대통령은 2년11개월 가까운 임기를 마무리했고,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정당성을 인정받지 못하면서 헌재는 결국 파면을 선고했다.
헌재의 탄핵 인용에 따라 윤 전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는 조만간 한남동 관저를 떠나 서초동 사저로 거처를 옮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신변 정리와 사저 정비 등을 위해 며칠간 관저에 머무를 가능성도 있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은 탄핵 인용 뒤 경호 대비책 등을 마련하느라 헌재 결정 이후 이틀 정도 지난 뒤에야 서울 삼성동 사저로 이동한 바 있다.
전날까지만 해도 현안 업무보고와 국무회의 소집,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개최 등 윤 대통령의 업무복귀에 대비하던 대통령실의 움직임은 헌재의 파면 선고에 멈춰 섰다.
이날 오전 11시22분 헌재의 윤 전 대통령 파면 선고 이후 약 17분 뒤인 오전 11시39분께 용산 대통령실 청사 정면 외벽 앞에 게양된 봉황기는 내려갔다.
국가원수이자 대통령을 상징하는 봉황기는 오전 11시40분께 하기를 시작해 1분 만인 11시41분께 완전히 내려졌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서울 용산 국방부 본관 건물을 대통령 집무실로 사용하기로 하면서 취임 후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 청사로 이전해 사용해왔다.
대통령의 공식 행보를 보여주는 영상도 이날 점심시간 이후로 화면이 꺼졌다.
이 같은 침통한 분위기 속에 대통령실은 이날 오후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 성태윤 정책실장,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등 3실장과 장호진 외교안보특별보좌관, 8명의 수석비서관, 안보실 1·2·3차장 등 실장 및 수석급 이상 참모진 전원이 권한대행에게 일괄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그 외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에 대한 공식 입장은 내놓지 않았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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