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삼성전자가 올 2·4분기에 10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냈다. 기대치를 훌쩍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다. 5일 삼성전자는 연결기준 2·4분기 영업이익을 10조4000억원으로 잠정 집계했다. 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배나 늘었다. 삼성전자가 분기 영업이익 10조원을 넘은 것은 2022년 3분기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15조원의 영업적자를 낸 삼성전자의 대반전이라 하겠다. 반도체 호황 덕이 컸으나 1년 만에 놀라운 이익으로 적자를 넘어선 저력을 보여준 것이다. 기대 이상의 실적을 낼 수 있었던 것은 주력제품인 D램과 낸드 가격이 10%이상 올랐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인공지능(AI) 관련 고부가 반도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수요 시장 여건은 더없는 호기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악전고투했다. 1년 내내 역대 최대 영업적자에다 AI 반도체 투자 오판 등으로 위기감이 컸다. 주력인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끊겨 재고가 쌓였다. 감산까지 했다. AI용 고대역폭메모리(HBM) 상용화 타이밍도 놓쳐 폭발적 성장시장에 제때 올라타지도 못했다. 돌파구는 근원적 경쟁력을 높이는 것 밖에 없다. 지난 5월 반도체 수장으로 복귀한 전영현 부회장의 대대적인 조직 쇄신책도 이런 맥락이다. AI칩 전담 HBM 개발팀도 최근 신설했다.
위기에 강한 저력을 되살려 AI 반도체 주도권을 거머쥘 수 있길 기대한다. 현재 진행 중인 엔비디아 납품 품질테스트 성공이 필수적이다. 5, 6세대 첨단 HBM을 조기에 개발, 상용화해야 기선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미래 투자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 삼성전자는 오는 2030년까지 미국 텍사스주에 450억달러의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이다. 이에 비해 국내 투자가 더딘 것은 아쉽다. 삼성전자는 평택캠퍼스의 2배가 넘는 용인 이동·남사읍 일대 부지에 360조원을 투자해 시스템반도체 공장(팹) 6기를 지을 계획이다. 계획대로라면 1호 팹이 2030년에 돌아간다.
용인 산단 반도체 투자가 적기에 추진되도록 정부가 더 많은 힘을 실어줘야 한다.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이 "시간이 보조금"이라면서 정부가 직접 보조금 대신에 26조원을 금융 지원 및 인프라 구축에 투입하겠다고 했다. 인허가 등 절차를 대폭 줄여 2026년 용인 국가산단 조성 공사에 착수하겠다는 약속도 반드시 이행하길 바란다. 국회는 뒷짐만 지고 있을 때가 아니다. 반도체 시설투자 세제특례(K칩스법)와 클러스터 송전망 인허가 규제 완화(전력망확충특별법) 등에 필요한 법 개정에 적극 나서야 한다. 국회의 늑장과 느려터진 행정 절차, 과도한 규제로 투자가 또다시 늦춰져선 안될 것이다. 시간을 더 당길 수 없다면 적어도 더 늦지는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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