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서울과 경북 구미, 안동 등지에서 3억원이 넘는 위조지폐를 제작해 유통한 조직의 총책이 필리핀에서 붙잡혔다. 이 총책은 5만원권 위조지폐를 미성년자 등에게 헐값에 판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북 구미경찰서는 통화위조 혐의로 20대 남성 A씨를 구속 송치했다고 14일 밝혔다. A씨는 올해 초 3억7230만원 상당의 5만원권 위조지폐를 컬러프린트로 만들어 마약 구매 등 불법 거래에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 일당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광고를 올려 미성년자 등에게 위조지폐를 판매하기도 했다. 5만원권 위조지폐 한 장당 판매 가격은 2500~3500원가량이었다. 모두 1000매가량을 판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이들의 범행은 지난 1월 구미에서 이들이 유통한 위조지폐를 사용하던 학생들이 경찰에 붙잡히면서 처음 알려졌다. 경찰은 유통된 위조지폐 일련번호를 추적하는 등 수사를 통해 이들이 구미, 안동, 서울 등 전국에서 범행을 저지른 사실을 파악했다.
A씨는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지난 2월 필리핀으로 도주했다. 경찰은 A씨에 대한 인터폴 적색수배를 내렸고, 그는 필리핀 현지 경찰에 붙잡혔다. A씨는 지난 추석 연휴 때 국내로 송환됐다. 경찰 관계자는 "A씨의 공범 21명은 지난 5월 검찰에 넘겨진 상태"라며 "추가 수사를 통해 남은 공범들도 검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국내 위조지폐 범죄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2005년부터 2013년까지 약 8년간 이어진 '77246 위조지폐 사건'이다. 컴퓨터 디자인 전공의 김모씨는 생활고에 시달리다 5000원권 위조지폐를 제작, 5만장 이상을 유통시켰다. 유통된 위조지폐의 액면가는 총 2억5000만원에 달한다.
컴퓨터그래픽을 전공한 김씨는 고도의 기술을 이용해 정교한 위조지폐를 만들어냈다. 그는 주로 나이 든 상인들이 운영하는 철물점과 슈퍼마켓 등을 돌며 위조지폐를 사용했다. 김씨의 범행은 8년 만에 막을 내렸다. 서울 광진구 자양동의 한 슈퍼마켓에서 위조지폐로 물건을 사려다 주인의 신고로 붙잡힌 것이다. 이 사건은 국내 위조지폐 범죄 역사상 최대 규모 수준이다.
이 사건으로 위조지폐의 일련번호 '77246'은 악명을 떨쳤다. 위조지폐는 주로 현금 거래가 많은 전통시장이나 노점상에서 유통된다. 특히 고령의 영세 상인들이 피해를 입기 쉽다. 문제는 위조지폐를 받은 사람이 피해를 보상받을 길이 없다는 점이다.
gimju@fnnews.com 김장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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