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정신질환자는 잠재적 범죄자?...전문가 "낙인찍기, 악순환 반복"

정경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2.19 15:16

수정 2025.02.19 15:16

우울증 등 정신 질환 환자, 2023년 역대 최대
대전 초등생 살인 사건 등으로 검진, 치료 등 위축 우려
전문가들 "사회적으로 구분해서 봐야"
12일 초등학생 피살 사건이 발생한 대전 서구 관저동의 한 초등학교 정문에 고 김하늘 양을 추모하는 문구가 붙어 있다. 사진=뉴시스
12일 초등학생 피살 사건이 발생한 대전 서구 관저동의 한 초등학교 정문에 고 김하늘 양을 추모하는 문구가 붙어 있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대전 김하늘양 피살 사건의 가해자가 정신 질환을 가진 교사로 밝혀지면서 같은 병력 환자에 대한 잠재적 범죄자 ‘낙인’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신의학과 등 전문가들은 범죄는 단죄하되, 일반 환자들과 분리해서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자칫 적극적인 치료에 나선 환자들까지 위축시킬 수 있다는 염려다.

19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우울증으로 정신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은 환자는 지난 2023년 기준 100만7079명이다. 관련 집계가 시작된 지난 2018 이래 처음 100만명을 돌파했다.

동시에 역대 최대 수치다.

우울증 치료 환자는 지난 2021년 87만1723명, 2022년 95만263명 등 매년 10%가량 꾸준히 늘고 있다. 조현병 등 중증 정신질환 환자 수도 2023년 기준 68만5522명으로, 2021년부터 2년간 3만여명이 증가했다. 치료를 받지 않는 숨은 환자까지 포함하면 수치는 더 늘어난다.

하지만 대전 사건 발생 이후 이들에 대한 시선은 더욱 곱지 못하다. 의과대학 재학생이라 밝힌 한 누리꾼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대전 사건과 지난 2019년 경남 진주 아파트 방화·살인범이 모두 조현병을 앓고 있다며 이들에 대한 경계령을 주장했다.

반면 전문가들은 정신 병력을 보유한 사람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형태의 사회적 편견이 확산되면, 치료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만약 이들이 제대로 된 의료 지원을 받지 못할 경우 병세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다시 사회적 우려를 가중시킨다. 악순환의 반복이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어떤 사회 집단 전체로 편견 같은 것들이 부당하게 확산되면 인권 침해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과도한 낙인찍기 자체가 우리 사회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나종호 예일대 정신의학과 조교수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우울증에 대한 낙인을 강화시켜 도움을 꼭 받아야 할 사람들이 치료받지 못하게 만들어 한국의 정신건강 위기를 더 악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따라서 사건이 발생해도, 정신 병력과 범죄 행위를 분리해서 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또 사회적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구 교수는 "정신 병력과 범죄 행위는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며 "사회 전체적, 교사 전체적으로 일반화할 수 없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해국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이번 사건은 정신 질환 측면의 범죄가 아니라 학교 안에서 지속적으로 폭력적인 행동을 하고 있었음에도 적극적 제어와 업무에서 배제하지 않은 시스템 문제"라고 평가했다.

정신 질환에 대한 교육과 홍보 필요성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있다. 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의학과 교수는 "정신 질환은 과거부터 특별한 병이고 다른 병이라고 말하는데 편견을 없애기 위한 홍보가 필요하다"며 "초중고 교과서에 정신질환에 대한 정확한 내용을 담는 등의 교육도 있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theknight@fnnews.com 정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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