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전 종전 협상 과정에서 '파괴적 외교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때 최대 우방국의 정상에 공개적으로 면박을 주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지원 전면 중단 조치로 미국이 진리처럼 여겼던 외교적 가치·질서를 무너뜨리는 모습이다.
철저한 이익에 초점이 맞춰진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외교'는 동북아에도 적용될 것이 자명해 보인다. 중국을 견제하고 북한과 대화를 추진하겠다는 트럼프의 계획이 가시화되면, 한국 외교도 전례 없는 폭풍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우크라 버리고 러시아와 밀월…미국 외교에 없던 장면
미국은 전통적으로 권위주의 국가들과는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외교를 피해 왔다.
그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전 종전의 해법으로 러시아와 밀착하고 우크라이나를 찍어 누르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파격을 넘어 파괴적 행보로 평가받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사회의 '빌런'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를 우군으로 삼으며 우크라이나가 국제 질서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존재처럼 취급하고 있다. 이런 정책 추진 방식 혹은 컨셉은 과거 미국 외교에는 없던 것들이다.
집권 1기 때도 거침없는 외교를 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두 번째 트럼프'는 1기 때보다 더 목표지향적이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 목표에 도달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공식이나 질서를 지키는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이익을 위해 '안보동맹'마저 깨는 트럼프의 방식은 안보를 매개로 첨예한 역학관계가 설정된 동북아 외교에도 그대로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계산 어려운 트럼프 셈법…동북아엔 어떤 방정식 던지나
우크라전 종전 국면이 고착화되면 트럼프 대통령은 동북아로 시선을 돌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트럼프식 외교를 '거래주의적 외교'라고 평가하곤 있지만, 그가 제시할 청구서를 보지 못한 상황에서 우리가 맞이할 폭풍의 크기를 가늠하긴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안갯속에서도 '중국을 견제하고, 북한과 대화하며, 한일과 협력한다'라는 윤곽은 보이기 시작했지만 구체적 현안이 불거지면 공식 자체가 바뀌는 것이 트럼프식 외교인 만큼, 72년 동맹인 한국도 안심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을 '머니머신'(money machine)이라 부르며 '동맹국의 기여'를 강조해 왔다는 점에서 이번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지원 중단 결정이 시사하는 바가 있다. 한국에 대한 미국의 '핵 우산'이라는 든든한 방패가 언제라도 우리의 숨통을 조이는 카드로 돌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나리오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대한 견제 강도를 높일수록 현실화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 견제'에 동참할 것을 요구하며 한국을 압박하는 여러 가지 카드 중 하나가 '안보동맹'의 틀을 깨는 선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견제에 있어 한국이 얼마만큼 역할과 노력, 비용을 분담할 것인가를 볼 것"이라며 "본인의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면 한국의 필요성·유효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짚었다.
북미 대화가 전개되는 과정에서 '핵 협상 타결'을 위해 한국의 희생을 강요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목적 달성에 대한 강한 욕심으로 북한을 사실상의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면서, 한국이 북한의 핵무기와 공생할 것을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북한의 최대 우방이자 미국과 '절친'이 된 러시아의 대(對) 한반도 입김이 강해진다면, 운신의 폭이 좁아진 한국이 예상보다 더 큰 수세에 몰릴 수 있다는 부정적 관측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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