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파면에 엇갈린 심판정 분위기

[파이낸셜뉴스]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4일 오전 11시 22분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주문을 낭독하는 순간,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의 공기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문 대행의 발언이 끝나자마자 국회 측과 방청석 일부에서 환호가 터져 나왔다. 헌재에 윤 대통령 탄핵사건이 접수된 이후 111일간 쉴 새 없이 움직인 탄핵시계가 멈춘 순간이었다.
국회 소추위원들과 윤 대통령 측 대리인들은 이날 선고 시간인 오전 11시를 앞두고 10시20분~50분 사이에 모두 굳은 표정으로 자리를 잡았다.
자리에 앉은 양측 대리인단은 미소를 띠고 서로 인사를 나눴다. 휴대전화를 함께 들여다보며 귓속말을 주고받기도 했다. 그러나 선고시작 직전인 오전 10시 58분이 되자 대심판정은 침묵과 함께 극도의 긴장감으로 가득 찼다.
이윽고 10시 59분 “재판관님들이 입장하십니다. 모두 자리에서 일어서 주십시오”라는 안내와 함께 문 대행을 선두로 재판관 8명이 모두 차례대로 대심판정으로 들어왔다.
문 대행이 “지금부터 2024헌나8 대통령 탄핵사건에 대한 선고를 시작하겠습니다"라며 시작을 알리자, 심판정 안에 있던 방청객들과 당사자 측의 시선은 모두 문 대행의 입을 향했다.
문 대행은 22분 동안 선고요지와 주문을 읽어 내렸다. 문 대행이 초반에 국회의 탄핵소추 절차 적법성에 문제가 없다고 밝힐 때까지만 해도 양측 대리인단 고개를 끄덕거리거나 허공을 응시할 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문 대행이 12.3 비상계엄의 위법성이 인정되고 그 중대성이 파면할 정도에 이른다는 대목에선 윤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얼굴을 감싸고 고개를 숙이거나 눈을 감고 머리를 드는 등 심란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국회 측 대리인단과 방청석에 앉은 민주당 의원들은 미소를 띤 채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다만 여전히 심판정에서는 문 대행의 목소리 외에 고요한 침묵이 유지됐다.
대심판정의 엄숙한 분위기가 깨진 것은 11시 22분, 문 대행이 윤 대통령에 대한 파면을 선고한 순간이다. 조용히 해달라는 경위의 제지에도 환호성과 안타까운 탄식을 막지 못했다. 퇴정하는 재판관들을 향해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라는 일부 민주당 의원들의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국회 측과 윤 대통령 측 대리인단의 분위기는 끝까지 갈렸다. 국회 측은 헌법재판관들이 법정을 빠져나간 이 이후에도 웃으며 방청석에 있는 민주당 의원들과 악수를 이어갔다. 이후 심판정 안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퇴정했다.
반면, 윤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대부분 굳은 표정으로 선고 직후 심판정을 빠져나갔다. 국민의힘 의원들도 참담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일부 의원들은 심판정을 향해 “역사의 죄인이 된 것”이라며 쏘아붙이기도 했다. 111일간 진행된 헌정사상 세 번째 대통령 탄핵심판은 22분간의 숨막힘 속에 그렇게 끝났다.
one1@fnnews.com 정원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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