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이낸셜뉴스] 트럼프 행정부의 반도체 품목별 관세 도입 예고에 국내 반도체주가 추락했다. SK하이닉스 주가가 하루 만에 6%대 크게 떨어지고 삼성전자도 2%대 하락 마감했다. 품목별 관세 부과가 반도체 섹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겠지만 상호 관세보다는 낮은 세율이 책정될 것이라는 게 증권가 분석이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SK하이닉스는 전 거래일 대비 1만2400원(-6.37%) 내린 18만2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말 21만원대까지 올랐던 주가가 한 달여만에 18만원대로 내렸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반도체 수입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예고한 데 따른 결과로 해석된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과 만나 "반도체 분야 관세 도입을 매우 조만간 시작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 제약 분야에 대해서는 "별개의 범주"라면서 "현재 검토 중이며 가까운 미래에 발표하겠다"고 했다.
지난 2일 예상보다 강경한 수준의 관세 정책을 발표하면서도 반도체·바이오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하겠다고 밝혔지만, 그 이튿날 곧바로 품목별 관세 부과를 예고한 것이다. 바이오보다 반도체 분야에 대한 관세 부과 시기가 앞설 것으로 보인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관세에 미국 시장이 꺾여버렸다"며 "반도체 및 의약품 품목별 관세도 언급되며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9.9% 급락했고 국내 반도체 대형주에도 비우호적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수위를 높이면서 시장에 단기 충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증권가에서는 내다본다. 하지만 그 영향력은 비교적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에 반드시 필요한 재화이기 때문에 부과되는 세율이 비교적 낮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상호 관세 부과 예외 업종에 대한 품목별 관세 부과는 시장에서 이미 예측했던 내용이다.
김지원 KB증권 연구원은 "한국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만큼 향후 성장과 이익 둔화에 대한 우려가 심화되고 있다"며 "특히 시총 비중이 높은 반도체와 바이오에 대한 관세 부과가 예고되면서 단기 지수 하락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최원석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반도체 기준 미국향 수출 비중이 0.4%로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이라면서도 "주요 세트 생산 기지가 동남아에 포진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간접적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다만 양해정 DS증권 연구원은 "미국 생산이 어려운 반도체, 조선 등에 관세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seung@fnnews.com 이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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