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이승우는 '식물들의 사생활'(문학동네·2000년)이라는 소설에서 "모든 나무들은 좌절된 사랑의 화신이다"라고 썼다. 그에 따르면 '식물'은 동물성의 욕망을 넘어서는 초월의 지점이자 좌절된 욕망(사랑)이 승화되는 지점이다. 그의 소설은 결국 좌절된 사랑 속에 숨겨져 있는 비밀스러운 상처와 역사의 탐사가 되는 셈이다.
이승우의 소설에서 전시 타이틀을 빌려온 '식물들의 사생활'전은 유화수(25), 이보경(23), 정윤영(27), 김유림(28) 등 젊은 여성작가 4명이 각자의 자아와 무의식을 식물에 담아낸 합동 전시회다. 누구나 하나쯤 가지고 있는 비밀과 가슴 저 깊은 곳에 자리잡고 있어 선뜻 말하기 어려운 자신만의 이야기를 꽃과 나무 그림에 담았다. 그중 가장 나이가 많은 김유림 작가는 바다로 둘러싸인 제주도에서 자라면서 푸른 바다 위에 홀로 떠있는 섬처럼 느꼈던 외로움의 감정을 코발트 빛 숲에 녹여냈다.
jsm64@fnnews.com 정순민 문화부장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