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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이사람] '기생충' 제작사 곽신애 대표 "미래 관객도 '와~'할 매력적 영화"(인터뷰)

뉴스1

입력 2019.06.22 07:00

수정 2019.06.22 09:24

‘기생충’ 제작사 곽신애 대표 /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기생충’ 제작사 곽신애 대표 /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기생충’ 제작사 곽신애 대표 /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기생충’ 제작사 곽신애 대표 /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기생충’ 제작사 곽신애 대표 /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기생충’ 제작사 곽신애 대표 /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기생충’ 제작사 곽신애 대표 /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기생충’ 제작사 곽신애 대표 /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봉준호 감독이 영화 '기생충'으로 제72회 칸국제영화제(칸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 트로피를 손에 쥐는 역사적 순간, 배우 송강호와 함께 기뻐하던 또 한 명의 관계자가 있었다. '기생충'의 제작사 바른손이앤에이 곽신애(51) 대표다.

"비현실적이에요. 일주일짜리 영화 한 편을 본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제가 본 것들로만 이뤄진, 재상영도 없고 DVD 출시도 없는, 신선하고 생생한 일주일짜리 영화요. 그런 일이 일상에 잘 없잖아요. 아무리 상상해도 또 없어요. 이런 기쁨을 즐거움을 누려보는 건 행복인 것 같아요."

곽신애 대표는 1994년 영화전문지 월간 KINO(키노)의 기자로 영화 일을 시작해 영화 홍보대행사 바른생활, 영화제작사 청년필름, 엘제이필름, 신씨네 등을 거쳐 2010년 (주)바른손 영화산업부 본부장으로 입사했다. 이후 (주)바른손필름 대표이사를 거쳐 2015년부터 (주)바른손이앤에이 대표이사(각자대표)를 맡게 됐고, 대표이사 취임 후 강동원 주연의 '가려진 시간'(2016)의 제작을 총괄했다.

'기생충'은 대표이사로서 제작을 담당한 두번째 작품이다. '마더'로 바른손이앤에이로 인연을 맺은 봉준호 감독은 해외에서 '설국열차'와 '옥자'를 찍은 후 한국에서 선보일 신작의 시놉시스를 전달해왔다.

"감독님이 표현을 약간 장난처럼 하세요. '영화 되게 이상하죠? 안 하시고 싶으면 안 하셔도 돼요' 이런 식이에요. 그 때 문양권 회장님(바른손이앤에이)과 저 두 사람이 동시에 '아니에요, 할거에요, 당연히 해야죠' 했었어요. 그렇게 영화를 하기로 하고 필요한 게 뭔지 물어봤죠."

두 작가가 '기생충'의 초고를 두 고씩 써서 총 4개의 시나리오가 나왔다. 이후 봉준호 감독이 '옥자'의 개봉 후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해 자신의 버전으로 완고를 만들었다.
그때도 봉준호 감독은 제작사에 '시나리오를 보고 결정하라'고 했다고 한다. 곽신애 대표는 "당연히 할 건데 왜 저러시지?"했다며 웃었다.

"시나리오가 되게 재밌었어요. 지금 영화와 거의 같아요. 앞부분은 키득거리면서 재밌게 읽었는데, 지문도 참 재밌었어요. 감독님이 너무 재밌게 표현하셨죠.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도 있었고, 등장 인물 여덟 명 각자의 인생을 생각하니 너무 안됐고, 슬펐어요."

봉준호 감독과의 작업은 즐거운 일이었다. 곽신애 대표는 "감독님과는 뭘 해도 재밌더라"며 달변가인 봉 감독이 리드하는 회의가 너무 재밌어서 일을 하러 가는 게 아닌 재밌는 공연을 보러 가는 기분이었다고 했다.

"봉준호 감독님은 굉장히 성실해요. 미리 많은 변수들에 대해 고민을 먼저 해두시는 상태였구나 하는 걸 자주 느꼈죠. 예를 들면 미술 감독과 상의할 부분, 조감독과 상의할 부분 등이 있는데 선명하게 원하는 바를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밝히세요.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하시죠. 결정할 준비가 돼 있어요."

곽신애 대표는 무려 25년 전인 기자시절부터 봉준호 감독을 알았고, 오랫동안 팬이었다고 했다. 관객으로서의 팬심도 있지만, 함께 영화일을 해온 영화계 동료로서의 애정 혹은 동지애가 더 크다.

"키노에 있을 때 제가 직접 한 건 아니지만 우리 잡지에서 봉준호 감독님과 장준환 감독님 두분을 인터뷰 했었어요. 두 분 다 단편 영화를 찍을 때였는데 봉준호 감독님은 한국영화아카데미 졸업생이었고, '지리멸렬'을 찍었을 때죠. 포부를 물었고, 칸영화제에 대한 언급도 있었어요. '칸에 가는 감독이 되고 싶으냐'고 하니까, '저희가 그런 걸 꿈꿀 단계가 아니지만 가면 좋죠' 하는, 이런 순박한 대답들을 하셨었죠.(웃음)"

곽 대표는 우열을 가릴 수 없을 정도로 봉준호 감독의 모든 영화를 좋아한다고 했다. 다만 해외에서 만든 작품보다는 한국에서 우리나라 배우들과 함께, 우리 언어로 만든 영화들이 좋다고. '마더' 이후 봉 감독의 한국 작품을 관객으로서 많이 기다렸다고 했다.

"BTS 팬들 사이에서 '나는 왜 미국에 태어났을까, 왜 한국에서 태어나지 않았을까' 하는 표현이 있는 거 아세요? 농담처럼요. 외국 팬들은 신곡이 발표되면 한국말을 바로 못 알아듣잖아요. 팬미팅도 한국에서 열릴 때가 많고, 뭔가 100%를 다 아는 느낌이 아닐 거예요. 그렇게 치면 팬심을 가진 사람의 입장으로는 가까이 있는 게 좋은 거예요. 감독님이 한국어로 영화를 만들고 한국 배우들과 우리가 잘 아는 이야기를 찍으서 너무 신나고 즐거워요."

'기생충'은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후 그야말로 해외 각국 영화제에 초청돼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시드니영화제에서 최고상인 시드니 필름 프라이즈를 받았는가 하면, 필름페스트 뮌헨, 로카르노 영화제, 뤼미에르 영화제 등에 초청을 받아 한국 영화의 위상을 알린다. 일각에서는 '기생충'을 아카데미영화제 외국어영화상 유력 후보로 꼽기도 한다.


"영화를 보고 좋아하는 사람의 범주를 넘어서서, 문화적 영향에서 담론화가 돼가고 있구나. 정말 많은 사람들이 '기생충'을 들어본 것 같다 싶어요. 좋은 자극제가 되고 있다는 거니까 좋아요."

곽신애 대표는 '기생충'이 미래의 관객들도 찾아보는 영화로 남게 되면 좋겠다고 바람을 밝혔다. 당대의 좋은 영화를 넘어 역사적으로도 가치를 인정받고 먼 미래의 관객들도 찾아서 볼 수 있는 영화가 되기를 바란단다.
그래서 실제 기술적으로도 훌륭한 원소스를 만들려고 노력했다.

"'기생충'은 미래의 관객들도 볼 것 같아요. 제가 죽은 다음에 태어난 사람도 볼 수 있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상의 퀄리티로 만들어 놓자는 기분이 있었어요. 그게 상업적 가치면에서도 중요해요. 세월이 지나 다시 봐도 몇 십년 전 영화를 볼 때 '와' 하는 여전히 매력적인 그런 영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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