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지사 "무너진 의료 신뢰 제고할 것"
경기도, 지자체 최초 민간병원 공모 진행
CCTV 없이는 의료사고 과실입증 '어려워'
[파이낸셜뉴스] 환자 인권을 위해 수술실에 CC(폐쇄회로)TV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의료사고 발생 시 사실관계 규명에 도움을 주고, 성범죄 등 일부 의료인의 불법행위를 예방할 수 있다는 게 주된 근거다.
경기도, 지자체 최초 민간병원 공모 진행
CCTV 없이는 의료사고 과실입증 '어려워'
■이재명 지사까지 "CCTV 설치해야"
경기도내 민간병원 2곳이 수술실 CCTV 설치지원 사업에 응모한 것으로 9일 확인됐다.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1일까지 도내 민간병원을 대상으로 공모를 진행한 결과다.
지난해 전국 지자체 중 처음으로 도내 공공병원 전체에 수술실 CCTV를 설치한 경기도는 이에 대한 긍정적 평가를 바탕으로 민간병원에까지 CCTV 설치를 확산키로 방침을 정했다.
이와 관련해 이재명 경기도 지사는 지난 8일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법과 규칙 그리고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충실하게 지키는 대다수 선량한 의료인들은 수술실 CCTV를 반대할 이유가 없고, 그것이 오히려 무너진 의료인에 대한 신뢰를 제고 할 것”이라며 여론에 불을 당겼다.
CCTV설치 논의가 비등한 데는 지난 5월부터 최근까지 진행된 유령수술 관련 공판이 영향을 미쳤다. 한국 성형외과 유령수술 실태를 고발해온 김선웅 전 대한성형외과의사회 법제이사의 명예훼손 사건들과 고 권대희씨 사망사건 1심 공판으로, 법원엔 전국 각지에서 이들을 응원하기 위해 달려온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모든 공판을 찾았다는 이진기씨는 5년 전 어린이집 교사로 일하던 딸을 허망하게 잃고 병원과 민사재판을 진행 중이다. 이씨는 “지병이 있던 것도 아니고 복통이 있어서 응급실에 갔는데 모르핀주사를 맞고는 그렇게 가버렸다”며 “화면에 발목까지만 잡히는 CCTV에서 딸이 발작하는 모습이 보이는데, 만약 카메라가 제대로 설치돼 있었다면 입증이 수월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CCTV 설치 여론에 국회는 묵묵부답
지난 수년 간 의료현장에서 발생한 일련의 사건들은 수술실 CCTV 설치가 돌이킬 수 없는 흐름이란 점을 입증한다. 20대 국회 관련법안 발의의 결정적 계기가 된 분당 차병원 신생아 사망 은폐 사건, 2013년 한 여고생이 A성형외과에서 쌍까풀과 코수술을 받다 뇌사상태에 빠진 후 드러난 충격적 유령수술 실태, 2016년 B성형외과에서 안면윤곽수술을 받다 중태에 빠져 사망한 고 권대희씨 사건, 지난해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수술실 등에서 성추행과 엽기발언을 지속한 인턴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여론은 뜨겁지만 입법은 요원하다. 지난해 진통 끝에 관련법이 발의됐으나 한 차례 논의도 없이 폐기됐다.
올 2월 국가인권위원회가 ‘부정 의료행위 방지와 환자 보호를 위해 수술실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국회에 전달했음에도 변화는 없었다.
변화의 바람은 국회 밖에서 일고 있다. 일부 병원에선 수술실 CCTV를 적극 홍보해 환자를 유치한다. 보호자가 수술실 CCTV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도 있다.
아들 권대희씨의 사망 뒤 수술실 CCTV를 500차례 이상 돌려봤다는 이나금씨는 수술실 CCTV 설치법(일명 권대희법)을 촉구하는 청와대 청원에 이어 국회와 법원 등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이씨는 "정보도 지식도 부족한 환자 유가족이 의료진의 책임을 입증하려면 기댈 곳이 CCTV밖에 없다"며 "수술실에 CCTV를 다는 게 한 사람이라도 덜 죽는 길이란 믿음으로 거리로 나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 신해철씨 사망사건을 맡아 집도의 법정구속을 이끌어낸 박호균 변호사(법무법인 히포크라테스) 역시 "권대희 사건에 한해 보면 CCTV가 없었으면 (의료진이) 열심히 했지만 사망한 거라고 그냥 덮일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지금 의료현실에선 환자가 CCTV로 감시라도 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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