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출근없는 시대, 달라지는 기업 문화
100대 기업 88% "재택근무 시행중"
'사업장 셧다운' 피하려 시작했지만
전체회의도 집합교육도 화상으로 가능
직원들 일상은 반년새 180도 달라져
성과 중심 인사 관리 시스템 구축 필수
시행 기업 절반 "상황 나아져도 활용"
100대 기업 88% "재택근무 시행중"
'사업장 셧다운' 피하려 시작했지만
전체회의도 집합교육도 화상으로 가능
직원들 일상은 반년새 180도 달라져
성과 중심 인사 관리 시스템 구축 필수
시행 기업 절반 "상황 나아져도 활용"
사무실은 텅 비었고 국내외 출장은 금지됐으며, 단체 회의·회식, 집합교육 등은 비대면(언택트) 방식으로 전환됐다. 기업들이 최악의 사태인 '사업장 셧다운'을 피하고자 어느 때보다 신속하게 코로나19 방역 총력전에 나선 결과다.
■1년간의 '원격근무' 실험…노하우 쌓여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 현대차, SK, LG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재택근무 도입, 국내외 출장 금지, 집합교육 금지, 10인 이상 단체 회의·회식 금지 등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수준의 방역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직원들의 일상도 180도 달라졌다.
대기업에 다니는 워킹맘 A씨는 지난 9월부터 재택근무 중이다. 코로나 시대 이전과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확 줄어든 출퇴근 시간이다. 매일 왕복 1시간씩 도로에서 허비하는 대신 육아에 더 신경 쓸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일과 가정의 경계가 사라진 만큼 업무시간이 늘었다고 느꼈다. 점심시간 등 사무실이었다면 마음 놓고 쉬었을 시간에도 컴퓨터 앞에 앉아 업무를 처리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처음엔 제가 일하는 모습을 상사가 체크할 수 없는 상황에 불안감을 느꼈어요. '나는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놀고 있다고 평가하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이요. 하지만 반년 정도 원격근무를 경험하면서 저만의 시간관리 노하우도 생기면서 그런 압박감은 많이 해소됐습니다."
어색했던 화상회의도 이제는 익숙해졌다.
또 다른 대기업에서 근무 중인 B씨는 일주일에 한두번 회사로 출근한다. 평소엔 집에서 메신저 등을 통해 비대면 인프라로 업무에 임한다. 팀원들과 통화도 더 자주 하게 됐다. 다만 끈끈했던 동료애는 코로나 시대 이전보다 약해졌다고 한다. 그는 "매일같이 얼굴을 마주 보고 일하던 동료들을 못 보니 정서적 유대감 형성이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채용 프로세스도 전면 비대면으로 전환됐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필기시험인 'GSAT'를 온라인으로 전면 실시했다. LG전자 디자인경영센터의 경우 필기시험·면접은 물론 인턴십 과정까지 전부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올해 대기업들은 대규모 인원이 강당에 모여 진행하던 시무식도 전 임직원 대상 e메일·영상메시지 전송 등 비대면 방식으로 대체했다.
■'위드 코로나' 시대 준비 완료
올해도 코로나19 장기전이 이어지리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기업들은 '위드 코로나(with Covid-19)' 시대로의 준비에 돌입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매출 100대 기업 중 88.4%는 재택근무 시행 중이며, 코로나 위기상황이 해소된 이후에도 응답 기업의 절반 이상이 재택근무를 활용할 것으로 나타났다. 경총은 "유연근무제 확산을 위해선 성과 중심의 인사관리시스템 구축이 필수적이다"라면서 "업무 효율성 제고를 위해 구성원 간 커뮤니케이션 방식 개선을 통한 수평적 조직문화 구축이 중요한 과제"라고 밝혔다.
다만 현장근무가 필수적인 생산직은 업무특성상 정상출근이 불가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경우 필요시 연차휴가 외 별도 유급휴가 부여, 식사·휴게시간 조정, 휴게실·구내식당·통근버스 밀집도 저하 등 철저한 방역 수준을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생산성과 실적 훼손에 대한 우려로 코로나19 위기상황이 해소되면 재택근무 등 유연한 기업문화가 지속할지에 대한 논쟁은 남아 있다. 일본 등 외국에선 일부 기업들이 생산성 하락을 이유로 재택근무를 축소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코로나19 3차 대유행이 번지기 전인 10월 무렵 일부 대기업들은 재택근무 조치를 해제하기도 했다.
코로나19는 수많은 생명을 앗아간 무서운 바이러스였지만 한편으로는 비대면 산업의 텃밭을 일구는 계기가 됐다는 이면도 있다. 그동안 실험적으로 일부 기업에서 하고 있던 화상회의가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자리를 잡으면서 보편화 추세에 접어들었다. '줌', 구글 '미트', 마이크로소프트(MS) '팀즈', 시스코 '웹엑스', 아마존 '차임', '슬랙' 등 해외 서비스가 시장을 선점하고 있지만 국내기업도 적극 강화에 나서 의미 있는 성과가 기대된다.
■화상회의는 업그레이드 중
화상회의 글로벌 선두기업은 단연 줌이다.
2020년 3·4분기에만 매출 7억7720만달러를 기록, 전년동기 대비 367%나 증가하는 기록을 세웠다. 10인 이상 규모 기업고객은 약 43만3700개로 전년동기 대비 약 485%나 늘었다.
이처럼 화상회의 솔루션 하나로 엄청난 성장이 일어나자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앞다퉈 이 시장에 뛰어들며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고객관계관리(CRM) 업계 1위인 세일즈포스는 기업용 메신저업체 '슬랙'을 우리 돈으로 30조원 넘게 주고 인수했다.
기존 서비스에서 한단계 업그레이드되며 시시각각 변모하고 있는 역동적 시장이기도 하다.
'원조' 화상회의 프로그램인 시스코의 '웹엑스'는 최근 새 웹엑스를 공개했다. 새 웹엑스에는 잡음 제거, 스크립트, 화면캡션, 음성명령, 즉석미팅 등 새로운 기능이 추가됐다.
MS는 최근 자사 화상회의 서비스 스카이프 최신 버전에 '투게더 모드'를 도입했다. 회의실 그림 배경에 화상회의 참여자 상반신만 따서 적용할 수 있게 되면서 오프라인에서 회의하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이미 '팀즈'에서는 지난 7월부터 적용되고 있었다. 팀즈 투게더 모드는 기존 사각분할 화면보다 업무 피로도를 줄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토종 솔루션도 약진
국내 화상회의 솔루션 기업들은 한국 시장에 맞는 최적화된 상품을 내놓고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글로벌 기업의 경우 문제가 터졌을 때 대응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지만 국내 기업은 즉각 조치를 해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경쟁력이다.
네이버는 지난해 10월 업무용 메신저 서비스 '라인웍스'의 명칭을 '네이버웍스'로 변경하고 공격적인 영업에 돌입했다.
카카오는 지난해 9월 종합 업무 플랫폼 '카카오워크'를 출시하고 국내 협업툴로 입지를 다지고 있다.
NHN의 협업 플랫폼 'NHN두레이'는 실적 상승을 견인한 효자 사업이 됐다. 한글과컴퓨터는 최근 업무 협업 플랫폼 '한컴웍스'를 선보이며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지하철역에는 '공유 화상회의실'까지 등장했다. 알서포트는 자사 이동식 화상회의실 '콜라박스'를 용산역에 시범 운영 중이다.
서형수 알서포트 대표는 "이동식 화상회의실 '콜라박스'를 활용한 '공유 화상회의실'은 공유경제 모델에 비대면 기술을 결합한 새로운 서비스"라며 "알서포트는 화상회의, 원격근무가 새로운 일상이 될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 지속적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seo1@fnnews.com 김서원 김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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