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한국의 전통을 현대언어로


그렇다면 지금 우리에게 전통은 어떻게 작동할 것인가. 전통을 지향하는 것은 장인의 태도이고 새로움을 찾는 것은 예술가의 욕망이다.
때로는 작가의 태도에 의해 전통의 것들은 다른 방식으로 존재한다. 1980년대 길거리에서 진흙을 꾹꾹 눌러 만든 전통 토우를 놓고 제사를 지내는 대상으로 만들어진 것과 상여모양 대리석 판 위에 놓인 토우는 결코 같은 의미일 수 없다. 하지만 역사를 기반으로 한 정치적 비판의 도구로 사용되거나 시간을 넘어서 삶과 죽음의 영속적인 이미지로 채용된 경우 모두 그것의 재료와 형상은 전통의 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사람들이 유구한 순혈의 어떤 것이라고 믿는 요소를 버리지 않은 것이다. 전통을 상징으로 삼는 것들에는 일종의 원칙이 있는 것 같다. 그 원칙은 작가 수만큼이나 여럿으로 보이는 세계로 진입하는 만능열쇠이다.
한창 전에 조각계에서는 우윳빛 대리석이 아닌 화강암이나 강돌, 굽어진 소나무나 오래된 폐목재들을 사용하거나 장승이나 성황당의 돌탑을 종종 원용하기도 한 한국성 되찾기 운동이 있었다. 단지 전통으로 불리던 개념이 한국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것은 지칭할 수 없는 것 혹은 화해할 수 없는 것의 한계를 벗어났다는 신호일 것이다. 불타오르는 애국심이 아니라 여러 표현 요소 중의 하나쯤으로 평정심 안에서 전통이 선택될 때, 진정한 표현 요소인 자유의 언어로서 자리잡을 것이다. 그래야 공공의 장소에서 눈에 띄거나 그렇지 않거나에 관계 없이 사람들을, 인류를 통합하는 조각의 역할을 이룰 수 있다. 조형언어는 그렇게 목소리를 높이지 않아도 상징을 넘어서 탄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조은정 고려대학교 초빙교수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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