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 산두 몰도바 대통령이 13일(이하 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러시아가 외부 방해공작(사보타주)을 통해 몰도바 정부를 전복하려 했다고 밝혔다.
AP 등 외신에 따르면 산두 대통령은 이날 브리핑에서 러시아가 현 몰도바 정부를 전복해 "러시아의 입맛대로 움직이는" 국가로 만들고, 유럽연합(EU) 가입도 중단시키려 했다고 말했다.
앞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주 몰도바 정부를 전복하기 위한 러시아 첩보기관의 계획을 우크라이나가 입수했다고 밝힌 바 있다.
몰도바 정보당국도 뒤에 이같은 음모가 있었다는 점을 확인했다.
산두는 이날 브리핑에서 러시아가 일반 시민으로 가장한 군사훈련을 받은 이들을 동원해 정부 건물들을 공격하고, 인질까지 잡을 계획이었다고 폭로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1년이 다 돼 가는 가운데 인구 약 260만명의 옛 소련 소속 몰도바는 서방과 긴밀히 협조해 러시아에 눈엣가시가 돼 왔다.
지난해 6월 몰도바는 우크라이나와 함께 EU 가입 후보 자격을 얻었다.
산두는 러시아의 몰도바 전복 계획이 헌정질서를 뒤엎고, 불법 단체가 권력을 손에 쥐도록 하는 것이 목표였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이를 통해 몰도바를 허수아비처럼 조종하고, EU로 통합되는 과정도 중단시킨다는 것이 계획이었다고 그는 덧붙였다.
그는 "우리 나라에 폭력을 불러 일으키려는 크렘린의 시도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산두에 따르면 몰도바 경찰과 정보당국인 정보안보국(SIS)은 지난해 10~12월 조직범죄 집단에 침입해 이들의 폭력행위 시도를 저지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처럼 EU에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에도 속하지 않은 몰도바는 지난 1년 간 잇단 문제들에 봉착했다.
러시아가 가스 공급을 급격하게 줄이면서 심각한 에너지 위기를 겪고 있고,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은 치솟고 있다. 또 최근 수개월 동안에는 몰도바 영공을 날아다니는 미사일로 공포에 휩싸여 있다. 때때로 몰도바 영토에서 미사일 잔해가 발견되기도 한다.
몰도바는 지난 10일에도 우크라이나에서 발사된 미사일이 자국 영공에 진입했다고 확인한 바 있다.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분리주의자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 점도 우크라이나와 비슷하다.
지난해 4월 러시아군 약 1500명까지 주둔하고 있는 분리주의 반군이 장악한 트란스니스트리아에서 일련의 폭발이 일어나 반군과 몰도바 정부 간에 긴장이 고조되며 전쟁 위기로 내몰리기도 했다.
인구 약 47만명의 트란스니스트리아는 1992년 내전 이후 반군이 장악한 곳이다.
산두는 러시아가 몰도바를 우크라이나전에 활용하기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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