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英獨日 등 대부분 업무 제한 없어
불확실한 환경에 놓인 기업 지원을
불확실한 환경에 놓인 기업 지원을
산업 현장 수요에 부응하지 못하는 현행 파견법을 글로벌 기준에 맞게 손질해달라는 업계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기술혁신으로 산업 현장이 급변기를 맞고 있는데 언제까지 수십년 전 만든 법규로 기업과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순 없다는 주장이다. 근로자 보호를 외치며 도입했던 제도와 법이 오히려 가장 취약한 이들의 일자리를 뺏고 있다는 지적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경총은 20일 '파견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향' 보고서를 통해 엄격한 기준으로 제한된 현행 파견 대상업무를 확대해 새로운 일자리 수요에 대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40여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제조업 직접 생산공정 업무에 파견을 희망하는 업체가 80%를 넘었다. 하지만 현행 법규로는 사내 협력사 직원에게 2년 넘게 일을 시키거나 파견이 금지된 제조업 공정에 투입하면 불법파견으로 보고 원청업체에 직고용 의무를 부과한다.
이를 어겨 범법자가 된 외국인 최고경영자(CEO)도 있다. 한국GM 최장기 사장을 지낸 카젬 GM상하이자동차 부회장은 지난해 1월 협력업체 직원을 불법파견한 혐의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불법파견 혐의로 세 차례나 출국금지도 당했다. 그는 지난해 4월 중국으로 떠나기 전 한국의 파행적인 노사관계, 글로벌 기준과 동떨어진 파견법이 한국에 투자를 방해하는 요인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한국을 외국인 CEO의 무덤으로 계속 놔둘 순 없는 일이다.
우리 파견법이 법제화된 때가 1998년이다. 파견근로자 고용안정과 원활한 인력수급이 법의 취지였다. 현행 파견대상 업무 분류는 2000년에 발표된 제5차 한국표준직업 분류를 기준으로 한다. 그로부터 20년이 훌쩍 넘는 세월이 흘렀으니 새로 생긴 직업은 오죽 많겠나. 그런데도 법은 그대로다. 가령 의료서비스 상담 종사원(병원 코디네이터)의 경우 현행 표준직업분류에 따르면 파견 대상업무가 될 수 있으나 2000년 기준 분류표에 따르면 파견 가능 여부가 불분명하다고 한다. 이런 사례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기업의 영업환경은 점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업계는 이에 대한 탄력적 대응 차원에서 파견직 활용을 원하는 것이다. 이를 헤아려 서둘러 손을 봐야 한다. 경총은 사내 하도급의 불법파견 여부를 판단하는 법적 분쟁에서 법원이 파견법을 과도하게 확대 적용하는 점도 개선을 요구했다.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등 주요국에선 파견 대상업무에 제한이 사실상 없다. 사내 하도급 활용도 자유롭게 보장한다. 이를 우리도 적극 참고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기준과 따로인 노동법규는 파견법뿐만이 아니다. 대체근로 허용, 파업 시 사업장 점거 금지, 성과를 반영한 임금체계 등 노동제도 전반에 대대적 수술이 필요하다. 정부는 노동개혁 구호만 외칠 것이 아니라 이제는 성과를 내야 한다. 외국 기업들이 한국에서 사업을 할 만하다는 말을 할 수 있어야 희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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