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경 보좌관 칼럼 -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국내 등재 문제 (中)
[파이낸셜뉴스] 지난 글에서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ICD-11내 정신·행동·신경발달 장애에 대한 진단 가이드’, 통칭 ‘CDDR’의 내용을 살펴보았다. 그 중에서도 CDDR에서 설명하고 있는 ‘게임이용장애 질병’의 증상에 대한 주요 특징과 진단 기준을 항목별로 들여다보았다. 오늘은 CDDR의 또 다른 게임이용장애 기준점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우선 게임이용장애는 일반적으로 점차 ‘발전하는 양상’을 띄는데, 이것은 개인이 다른 활동을 희생시키며 점차 게임을 더 우선시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즉 게임에 점점 더 빠져들게 되면서 스스로의 다른 일상생활을 포기해가면서까지 게임 시간을 늘린다는 말이다.
CDDR은 게임이용장애의 특징을 ‘발달’, 그리고 ‘성별’로도 분류하고 있다. 먼저 게임이용장애는 12~20세 사이의 청소년과 젊은 성인 남성 사이에서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며, 이에 비해 성인의 유병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은 대신 청소년에 비해 더 높은 수준의 우울증과 불안 증상을 보인다고 쓰여 있다.
한편 청소년기 여성의 경우, 청소년기 남성에 비해 게임이용장애 진단 빈도는 낮은 대신, 다른 위험도가 내포돼 있다고 보고 있다. 진단 요건이 부합하기만 하면 또래 남성 청소년보다 정서적이거나 행동 상의 문제가 발생할 위험이 훨씬 크다는 것이다.
이 가이드라인은 게임이용장애이 다른 장애와 비교했을 때 어떤 차이(경계)가 있는지도 서술하고 있다. 다음은 CDDR의 6가지 분류다.
첫째, 도박장애와의 경계다. 게임이용장애와 달리 도박 장애는 더 높은 가치가 있는 것을 얻기 위해 돈이나 귀중품을 베팅하는 행위를 보인다. 게임 행동이 도박에 초점을 두고 있다면 이는 게임이용장애가 아니라 도박 장애가 더 적절한 진단일 수 있다.
둘째, 조울증 및 관련 장애와의 경계다. 게임 이용에 있어서 본인의 플레이 타임 통제 능력을 상실하는 것은 조증 또는 경조증 상태에서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감정 상태 관련 증상 외에 게임이용장애 진단 조건을 충족하는 지속적인 게임 플레이 패턴이 있을 경우 이는 게임이용장애로 진단해야 한다.
셋째, 위험한 게임과의 경계다. 문제적인 게임 행동만 보이는 대신 다른 게임이용장애의 특징을 보이지 안는다면 이는 ‘위험한 게임 상태’로 정의할 수 있다. 이 상태는 개인이나 주변인에게 신체적인 면에서 유해한 영향 (상해 등)을 끼치거나 상대를 소위 ‘멘붕’으로 만드는 행동 패턴을 의미한다. 이는 게임이용장애로 분류할 수는 없으나 개입 또는 지속적인 주시가 필요할 수 있다.
넷째, 강박장애와의 경계다. 게임 플레이는 다른 일반인이나 일부 의료 전문가들로부터 ‘강박적’이라고 묘사될 수 있다. 강박증에서 관찰되는 강박 증세는 상대로 하여금 거슬리거나 원하지 않거나 불안을 유발하는 반응을 일으키는데, 이는 게임이용장애로 정의하는 게임 플레이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다섯째, 물질 사용으로 인한 장애와의 경계다. 게임과 물질 사용의 동시 발생은 흔히 관측되는 일이다. 일부 물질 중독은 문제적 게임 행동을 악화시킬 수 있다. 두 증상에 대한 요건이 모두 충족된다면, 게임이용장애와 물질 사용으로 인한 장애는 동시에 진단될 수 있다.
여섯째, 약물을 포함한 정신 활성 물질 영향과의 경계다. 특정 처방 약물이나 불법 물질(예: 파킨슨병, 하지 불안 증후군 등에 대한 프라미펙솔과 같은 도파민 작용제, 혹은 메탐페타민과 같은 불법 물질)의 사용은 중추 신경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이러한 약물 복용은 게임 행동에 대한 통제력을 약화시키고 이에 따른 관련 질병 발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경우, 게임이용장애로 진단 되어서는 안 된다.
여기까지가 CDDR의 주요 내용이다. 일견 합리적으로 보이는 부분도 있으나 실상 그 내용들을 면밀히 살펴보면 게임이용장애라고 일컫는 행동 양상과 다른 질환들과의 구분·경계가 매우 모호하다. 제대로 된 검토 없이 밀어붙이기식 등재가 있어선 안될 일이다. 다음 글에서는 이 문제와 관련하여 국무조정실이나 기획재정부, 통계청 주장을 살펴보고자 한다.
/정리
soup@fnnews.com 임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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