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HPV 백신접종 최적기 11~12세… 성별 구분없이 지원해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8.13 18:16

수정 2024.08.13 18:28

전세계 암 발병 원인의 5% 차지
두경부암·불임 등 남성도 취약
OECD 38개국 중 33개국에선
남녀 모두가 국가필수예방접종
우리나라는 여성 청소년만 해당
질병청 "男 포함 지원확대 추진"
여성 청소년이 인유두종바이러스(HPV)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fnDB
여성 청소년이 인유두종바이러스(HPV)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fnDB
인유두종바이러스(HPV)는 성 생활을 하는 누구에게나 흔하게 발생할 수 있다. 감염됐을 경우 별다른 증상이 없고 감염의 90%는 자연히 소멸되기도 한다. 그러나 감염이 지속될 경우 암과 같은 심각한 질환을 초래한다. 이 바이러스는 전 세계 모든 종류의 암 원인 중 5%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HPV가 일으키는 암은 자궁경부암, 질암, 외음부암, 항문암, 두경부암이 있다.

이에 정부도 이달 내년도 국가예방접종사업(NIP)에 HPV 백신의 남성 청소년 확대를 포함할지 논의할 전망이다.


■11~12세 남녀 청소년 접종 필요

HPV가 성을 매개로 한 감염 질환인 탓에 성인이 된 후 접종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11~12세가 HPV 백신 접종의 최적기라고 강조하고 있다.

의정부성모병원 비뇨의학과 배상락 교수는 13일 "미국의 한 조사에 따르면 15세 이상 남녀 3명 중 1명이 HPV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날 만큼 HPV는 흔하다"며 "국내에서도 연구에 따라 일반 대학생의 10%에서 HPV 바이러스가 검출되었다고 했던 연구를 시작으로 최근에는 건강인 남성의 약 60%가 사람 유두종 바이러스를 보유하고 있다는 연구도 발표된 바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속적으로 감염될 경우 암으로 발전하는데 감염부터 암 발병까지 평균 20~30년이 소요된다"며 "성경험이 활발한 20~30대에 지속적으로 HPV에 노출되면 40~50대에 암으로 발전하는 양상이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난달 배 교수는 요로생식기감염학회를 비롯해 6개 학회와 함께 HPV 백신 접종 적기이자 '골든타임'은 11~12세라고 입장문을 밝히기도 했다.

배 교수는 "비뇨의학과, 이비인후과, 산부인과 전문가들이 모여 자궁경부암, 두경부암, 생식기 사마귀, 음경암 및 남성 불임을 비롯한 HPV 관련 질환의 예방을 위해 성별에 상관없이 9~26세 사이에 백신 접종을 권고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며 "특히 백신 접종의 최적 연령은 성접촉이 일어나기 전인 11~12세 등을 권고했다"고 말했다.

성 접촉이 없는 11~12세 청소년 시기가 HPV 백신 접종이 중요하다. HPV에 노출되기 전에 HPV 백신을 접종하면 효과적인 탓이다. 이 때문에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예방접종자문위원회 등 다수의 글로벌 가이드라인에서는 11~12세 청소년에게 백신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韓 남성 접종률 2.1%로 매우 낮아

많은 국가들이 국가예방접종사업을 통해 11~12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HPV 접종을 지원하고 있다. 남녀 청소년에 접종을 지원하는 국가는 86개국에 달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여성 청소년만 지원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38개국 중에서도 90%에 해당하는 33개국은 HPV 백신을 남녀 모두 접종하고 있다. 나머지 5개 국가 중 튀르키예와 일본은 국가 지원을 하지 않거나 여성만 9가 HPV 백신으로 지원하고 있다. 반면 한국, 멕시코, 코스타리카 등 3개국은 2가, 4가 HPV 백신만 여성 청소년에게 지원하고 있다.

질병관리청 예방접종등록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여성의 국내 HPV 백신 접종률은 출생 연도별로 62.7~89.7%로 높게 나타났다. 하지만 남성 접종률은 1983~1994년생이 가장 높았는데 접종률은 2.1%에 불과했다.

배 교수는 "학계와 보건 전문가도 국내 남성의 HPV 예방 사각지대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며 "이는 결국 국내 HPV 질환 부담으로 남녀 모두에게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남성은 HPV에 더 취약한데 실제 비뇨의학과에서 생식기 사마귀 환자는 10년새 3배 늘었고, 두경부암 등 남성 HPV 질환이 증가하고 있다.

■남, 접종률 50%면 HPV 청정국 가능결국 한 자릿수의 국내 남성 HPV 백신 접종률을 높이려면 NIP를 하는 것이 가장 확실하다.

배 교수는 "모든 감염병엔 집단 면역을 형성할 수 있는 목표 접종률이 있다"며 "남성 접종률이 50%까지만 올라와도 한국도 HPV 청정국을 넘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아들을 둔 학부모들 역시 접종에 적극적이다. 질병관리청이 지난 2022년 국가예방접종 지원 사업 영향력 평가 연구에서 1000명의 학부모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5%의 남성 청소년 학부모가 HPV 백신의 NIP를 남성 청소년까지 확대한다면 접종을 시키겠다는 의향을 밝혔다.

HPV의 NIP 확대는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당시 젊은 층의 공감을 얻은 공약 사항 중 하나다.
질병청도 내년도엔 확대를 목표로 예산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2월 질병 청 지영미 청장은 2024년 주요 정책으로 국가필수예방접종 지원 확대를 지목하며 HPV 남아 예방접종 확대를 약속한 바 있다.


한편, 기획재정부는 질병청이 제출한 예산안을 바탕으로 내년도 예산에 HPV 백신의 남자 청소년 확대 포함 여부를 이달 결정할 것으로 파악됐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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