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과학

홍합 접착단백질로 폐암약을 감싸 암세포로 전달했다

김만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1.02 17:16

수정 2025.01.02 17:16

포항공과대 차형준 교수팀, 폐암 치료용 나노입자 개발
폐암 걸린 실험쥐에 나노입자 흡입시켜 성능·효과 확인
홍합 접착단백질 기반의 흡입형 점막 접착성 나노항암치료제 모식도(위) 및 폐암 동물 모델에서의 치료 결과(아래). 포항공과대 제공
홍합 접착단백질 기반의 흡입형 점막 접착성 나노항암치료제 모식도(위) 및 폐암 동물 모델에서의 치료 결과(아래). 포항공과대 제공


[파이낸셜뉴스] 포항공과대(POSTECH)는 화학공학과·융합대학원 차형준 교수와 화학공학과 정연수 박사팀이 경북대 첨단기술융합대학 의생명융합공학과 조윤기 교수팀과 함께 홍합에서 유래한 접착단백질로 폐암 치료용 흡입형 생체 나노입자를 개발했다고 2일 밝혔다. 이 나노입자에 폐암 치료용 항암제를 넣으면 다른 부위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지만 폐암 세포 주변에서만 항암제를 방출해 항암 효과가 뛰어나다.

2일 POSTECH에 따르면, 연구진이 폐암 걸린 실험쥐에 나노입자를 흡입하게 한뒤 18일 동안 관찰한 결과 나노입자와 그 안에 담긴 항암제는 폐로 이동한 뒤 점막에 오랫동안 머물며 암세포의 전이와 확산을 억제하는 데 효과를 보였다. 특히, 이 기술은 환자가 병원에 가지 않고도 손쉽게 약물을 흡입해 자가 투여할 수 있기 때문에 폐암 치료의 접근성을 높이고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차형준 교수는 "이 기술은 폐암 치료의 정밀성과 효율성을 향상하는 동시에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폐암은 세계에서 가장 치명적인 암 중 하나로, 한국에서도 암 발생률 상위권에 속한다. 특히, 전체 폐암 중 85%를 차지하는 비소세포 폐암은 초기에 발견하기 어려워 치료가 까다롭다. 기존 항암제는 일반적으로 정맥주사를 통해 전신에 투여돼 암세포 뿐만아니라 정상 조직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때문에 최근 폐에 약물을 직접 전달하는 '흡입형 치료법'이 떠오르고 있지만, 폐의 점막 장벽과 면역세포가 약물 전달을 방해해 효과적인 치료가 어렵다.

연구진은 물에서도 접착력이 강한 홍합 접착단백질로 폐암 치료에 적합한 점막 접착성 나노입자를 만들었다. 특히, '산화·환원 반응성'을 가진 '족사단백질 6형(fp-6)'에서 영감을 받아 '족사단백질 1형(fp-1)'에 시스테인(cysteine)을 추가했다. 이를통해 강한 접착력을 유지하며 폐암 미세환경에서 약물을 선택적으로 방출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 입자는 폐암 세포 주변의 환원 환경에서는 약물을 방출해 치료 효과를 높이고, 정상 조직에서는 방출을 억제해 부작용을 최소화한다. 또한, 홍합 단백질이 가진 생체적합성과 생분해성, 면역 적합성 덕분에 안전성을 확보하며, 항암물질의 체류시간을 10일 이상으로 늘릴 수 있었다.

한편, 연구진은 이번에 개발한 나노입자를 생체재료 분야 최고 국제학술지인 '바이오머터리얼즈(Biomaterials)'에 발표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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