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연이은 비행기 사고에 해외여행 취소까지..."비행기 타기 무서워요"

정경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2.10 16:25

수정 2025.02.10 16:25

제주항공 참사와 에어부산 화재 등
연이은 비행기 사고에
항공권과 비행기 취소 사례 급증
"비행기 사고 보며 두려움 느껴"
전문가 "비행기 신뢰 제고 방안 찾아야" 제언
30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소방대원들이 전날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충돌 폭발 사고 잔해를 수색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30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소방대원들이 전날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충돌 폭발 사고 잔해를 수색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 직장인 이수빈씨(28)는 지난해 12월 제주항공 참사 후 홍콩 가족 여행을 취소할 수 밖에 없었다. 해외여행을 꺼리던 아버지를 설득해 어렵게 이달 해외여행을 계획했지만, 이씨 가족은 연이은 비행기 사고로 두려움이 커져 항공권과 여행 계획을 취소하고 부산으로 여행지를 바꿨다. 이씨는 "계속된 사고로 비행기에 대한 공포가 커졌다"며 "비행기 사고는 피할 수 없는 사고라고 생각한다. 대형 항공사를 이용할 예정이었지만, 안 타는 것이 사고를 피해가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해 취소를 결정했다"고 전했다.

제주항공 참사와 에어부산 화재, 워싱턴 비행기 사고 등 국내외 비행기 사고가 연달아 발생하며 해외여행을 계획했던 시민들이 항공권을 취소하는 등 불안감을 표출하고 있다.

'비행기 포비아'가 국민들을 덮치며, 비행기를 이용하는 승객수도 급감했다. 전문가들은 빈번하지 않은 대형 사고에 국민들이 크게 인식했다며, 최장 6개월간 비행기 기피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분석했다.

9일 국토교통부 항공포털시스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8일부터 지난달 10일까지 2주간 제주항공 이용객은 50만 8607명이다. 이는 제주항공 참사가 발생하기 전인 지난해 12월 14~27일 2주간 이용한 승객수(67만 5063명)에 비해 24.66% 감소한 수치다. 같은 기간 진에어는 7.77%, 에어부산은 3.98%, 티웨이항공은 2.65%가량 이용객 수가 감소했다. 뿐만 아니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 항공사의 이용객 수도 각각 2.73%, 1.90% 줄어들었다.

이용객들은 연이은 사고에 불안감을 느끼며 항공권과 여행 계획을 취소하거나 변경하고 있다. 특히 최근 비행기 사고가 LCC에서 많이 발생했는데, 이용객들은 동남아나 일본 등 단거리 여행에 특화된 LCC 항공권을 취소하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이강인씨(33) 부부는 올해 상반기와 하반기에 계획했던 해외여행 계획을 모두 취소했다. 대신 KTX 등 대중교통을 이용한 국내 여행으로 계획을 변경했다. 이씨는 "제주항공 참사로 비행기 탑승에 대한 불안감이 심화됐다"며 "제주항공 비상문 개방 사건부터 최근 워싱턴 비행기 사고와 필라델피아 경비행기 추락 사고까지 대형 사고들로 공포감이 더욱 커졌다"고 취소 이유를 전했다.

직장인 소모씨(33)도 올해 여름 지인과 동남아 여행을 계획했지만, 연이은 항공기 사고에 여행을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소씨는 "동남아는 저가 항공이 많아 신경 쓰인다"며 "저가 항공이라고 무조건 위험한 건 아니지만, 정비 시간과 비행 스케줄에서 위험성이 더 높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최장 6개월간 지금과 같은 비행기 기피 현상이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비행기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최근 연이은 사고로 국민들이 사고를 크게 인식했다는 설명이다. 허창남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6개월간 이 같은 대형 사고가 발생하지 않으면 비행기를 기피하는 현상이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이근영 한국교통대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연달아 발생한 항공 사고에 대해 국민이 신뢰를 회복하긴 쉽지 않다"고 전했다.

항공 관련 전문가들은 국민 신뢰도를 회복하기 위해 정부와 항공업계가 나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교수는 "정부는 현상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며 "항공업계도 정비나 훈련 등 부족한 부분에 대해 의무규정을 강화하는 등의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theknight@fnnews.com 정경수 기자

실시간핫클릭 이슈

많이 본 뉴스

한 컷 뉴스

헉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