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교육일반

'문제 교사' 방치할 수밖에...학교 안전 '구멍' 속속

이창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2.12 17:00

수정 2025.02.12 17:00

대전 초등생 살해까지 이상징후 지속 포착
"학생과 분리할 법적 근거 없어...복직 못 막아"
1층 내려오는 짧은 구간에 범행...불안한 '자율귀가'

대전 초등학생 김하늘 양 피살사건이 발생한 대전 서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12일 오전, 하늘이가 있었던 돌봄교실인 2학년 3반 교실의 불이 켜져 있다. 경찰은 이날 학교 동의를 구해 학교에서 수사 관련 자료 등을 수집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전 초등학생 김하늘 양 피살사건이 발생한 대전 서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12일 오전, 하늘이가 있었던 돌봄교실인 2학년 3반 교실의 불이 켜져 있다. 경찰은 이날 학교 동의를 구해 학교에서 수사 관련 자료 등을 수집하고 있다.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대전 서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1학년 김하늘(8) 양이 같은 학교 교사에게 칼에 찔려 숨지는 사건이 일어났다. 정신질환을 앓던 교사가 복직해 방과 후 범행을 저지르기까지 학교 안전관리 곳곳에 '구멍'이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용의자는 범행 직전에도 수 차례 이상행동을 보였지만 별도의 제재가 가해지지 않았고, 학생의 귀가책임 역시 각 가정에 맡겨진 상태였다.

'문제교사' 격리 법적 근거 없어
12일 대전시교육청 등 교육계에 따르면 범행을 저지른 용의자는 지난해 12월 30일자로 학교에 복직한 40대 여교사다. 같은 달 9일부터 정신 질환을 사유로 6개월간 질병 휴직에 들어갔지만 20여일만에 조기 복직했다.



교육계에서는 이상징후를 인지하더라도 이에 대처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청 역시 “질병 휴직은 청원 휴직으로 본인의 의사대로 진행하는 것”이라며 "우울증으로 휴직을 신청했다고 해서 무조건 (휴·면직 등) 심의를 열 수 없다"고 설명했다. 질병 등 문제가 있는 교사에 대해 각 시도교육청은 ‘질환교원심의위원회 규칙’을 갖고 있다. 교육감 직권으로 휴직이나 면직 조치를 취하게 돼있지만 인권·교권 침해 소지가 높아 실제 활용도는 낮은 실정이다.

교육청은 “학교는 의사 소견만 있으면 교사가 복직을 신청할 때 30일 이내 반드시 복직을 시켜줘야 하는 규정이 있다”며 “휴직 사유가 소멸하면 즉시 복직시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교사는 일상생활이 가능하다는 병원측의 진단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용의자는 기존 2학년 담임을 맡았으나 휴직과 복직을 거치며 일반 교과를 담당하게 됐다. 다만 복직 시점이 방학 중인 관계로 실질적인 수업은 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일 학교가 개학한지 얼마 안가, 5일부터 이상징후가 나타나며 담당 수업에서도 곧 배제됐다.

학교 측은 지난 7일 교육청에 상황을 보고했지만 "경찰에 신고하라"는 권유만을 들었다. 범행 당일인 10일에는 교육청 장학사 2명이 방문 조사를 실시했지만 이 때도 수업에서 배제하는데 그쳤다.

경찰 조사에서 용의자는 "복직 후 3일 만에 수업에 들어가지 못하게 해 짜증이 났다"며 "돌봄교실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 아이와 같이 죽을 생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책임 떠넘기는 '자율귀가' 지적도
피해자가 돌봄교실을 나서며 범행의 대상이 된 것도 '정책 구멍'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층 돌봄교실에서 1층 학원차량까지 가는 짧은 구간 동안 학생이 고스란히 사각지대에 노출됐다는 것이다.

교육부의 ‘늘봄학교 운영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늘봄 혹은 돌봄교실을 나서는 학생은 보호자 동행 귀가가 원칙이나 보호자가 동행할 수 없을 경우 보호자가 지정한 대리자(성인)와 동행 귀가한다. 다만 학부모가 자율 귀가 동의서에 서명할 경우 이동 중 발생하는 모든 일은 보호자가 책임으로 넘겨진다.
동의서에서 요구하는 것은 대략적인 이동 시간과 동행인의 전화번호 뿐이다. 오후 5시 이후로는 자율귀가가 금지돼있지만 반대로 학원 등 개인일과가 있는 대부분의 학생은 5시 이전 교실을 나서며 '자율귀가' 중인 셈이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하늘이법’을 추진해 복직 시 정상 근무의 가능성 확인을 필수화하는 등 적절한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교육부와 대전교육청, 경찰청 등 관계기관은 이번 사건을 철저히 조사해 진상과 책임을 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chlee1@fnnews.com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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