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이낸셜뉴스] 여야가 교사에게 살해당한 고(故) 김하늘 양의 이름을 딴 '하늘이법'을 추진하고 있다. 교사들의 정신 건강 상태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학교 안전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하늘이법, 사회적 편견과 혐오 키우는 부작용 우려
다만 일각에서는 걱정스러운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충분한 숙의를 거치지 않은 성급한 입법 추진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교사를 낙인찍고 사회적 편견과 혐오를 키워 더 큰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는 측면에서다.
교원 사회에서도 이번 사건이 단순한 개인의 일탈이 아닌 교육 현장의 구조적 문제와 관련 있지만, 성급한 입법은 큰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17일 뉴스1에 따르면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정신질환자들이 OO 직업을 못 가지게 하면 정신질환자들이 그 직업을 안 가질 것 같냐. 그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정신병이 생겨도 병원을 안 가게 된다. 내가 그러느라 병원 가는 걸 4년 미뤘다"라는 내용의 글이 갈무리 돼 올라왔다.
글쓴이 A씨는 "비극적인 사건을 막기 위해 안전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는 백 번 동의한다. 다만 정신질환자 취업 제한 같은 방식이라면 실효성이 떨어질 거라는 뜻"이라며 "충분한 병가 휴직 보장, 다수의 근무자가 같이 근무하며 서로를 돕고 또 감시할 수 있는 보육 환경 조성 등이 더 나으리라 생각한다"고 했다.
모두가 나아지는 방향으로 법·제도 만들어져야
또다른 누리꾼 B씨는 "할 말을 잃었다. 교사 전체 정신감정, 병력 공개라니. 살인자를 막지 못한 시스템의 문제를 교사의 인권을 말살하는 방법으로 해결하네"라고 지적했다.
이어 "회사에 범죄자가 발생했다. 그러면 이 회사 사람들은 다 범죄 가능성 있으니 전체 정신감정 받고 혹시 우울증이나 기타 정신질환으로 휴직을 하면 복직할 때 심사를 받아야 복직 가능. 전문가인 의사의 진단만으로는 부족하니 직장 상사, 동료, 거래처 직원 등으로 구성된 심사위원회를 거쳐라. (이게) 다들 괜찮냐?"라고 재차 물었다.
김현수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도 YTN라디오를 통해 "특정 직업에서 특정 사건이 벌어졌다고 해서 특정 직업의 사람들에게 '모두 어떤 특정한 검사를 받아야 된다'라고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부모가 아이를 죽인 사건도 해마다 나오는데, 그러면 부모가 되기 전 모두 건강검진을 받아야 한다는 정책을 쓰냐는 것이다.
이어 "그런 점에서는 좀 과도한 측면이 있을 수 있다고 본다. 정신 질환에 대한 편견을 훨씬 더 강화하는 정책이 아닌 모두가 나아지는 방향으로 법이나 제도가 만들어져야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말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야지 그냥 처벌만 일삼으면 교직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가 너무 많이 무너져서 결국은 몇몇 다른 나라처럼 가르칠 선생님이 없는 그런 지경에 이를까 굉장히 우려된다"라며 "교사 그룹의 의견도 충분히 반영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교육부와 국민의힘은 17일(오늘) 김하늘 양 사망사건 재발 방지 대책을 논의하는 당정협의회를 연다. 협의회에서는 고위험군 교사에 대한 긴급조치 등 관리·지원체계를 구축하는 것을 골자로 한 '하늘이법'의 주요 내용이 논의될 예정이다.
법안에는 교원 임용 전후로 정신 질환 검사를 의무화하고 질환심의위원회 심사와 정신질환 휴직 후 복직 시 심사 기준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 등이 담길 전망이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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