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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기의 외교포커스] 트럼프 정부의 전략적 사고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3.27 18:07

수정 2025.03.27 19:41

대만방어 관련 일절 함구
북핵 억제·한미동맹 등도
美의 對中전략에 큰 영향
최원기 국립외교원 교수
최원기 국립외교원 교수

미국 클린턴 대통령 당시 민주당의 자유주의적 국제주의나 9·11 테러 이후 부시 대통령 시기 공화당의 신보수주의, 즉 네오콘(Neocon)은 이론적 배경은 다르지만, 글로벌 개입과 패권 유지(primacy)를 추진했다는 점은 똑같다. 이들은 민주주의 확산, 인권보호,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위해 힘의 우위에 기반한 미국의 세계경찰 역할을 주창했다. 미국 국익과 상관없어도 국제질서를 교란하거나 이에 도전하면 개입을 마다하지 않았다. 클린턴 대통령은 인종청소를 막는다는 이유로 소말리아·코소보 내전에, 부시 대통령은 테러와의 전쟁을 이유로 아프가니스탄·이라크 등에 개입했다.

2017년 출범한 트럼프 1기 정부에도 글로벌 개입을 옹호하는 '미국 우위론자들(primacists)', 즉 네오콘 성향 관료들이 '어른들의 축'을 형성, 트럼프의 동맹 경시 본능을 자제시키며 동맹 네트워크를 겨우 관리했다.

하지만 지금 트럼프 외교안보팀에 이런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사사건건 발목을 잡았던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이나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 같은 인사들을 "딥스테이트(Deep State)", 즉 기득권 관료집단으로 규정하고 철저히 배제했기 때문이다. 한때 미국 우위론을 주장했던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나 마이크 왈츠 국가안보보좌관도 이미 마가(MAGA), 즉 트럼프 충성파로 '개종'한 지 오래다.

현재 트럼프 외교안보팀은 고립주의는 아니지만, 군사력 사용과 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개입 자제론자들(restrainers)'로 채워져 있다. 이들은 미국이 민주주의, 인권과 같은 이데올로기에 치우쳐 지난 수십년간 국익과 상관없는 세계 곳곳에 과잉개입(overreach)하고 국력을 소진했다고 비판한다. 일본, 한국, 유럽 등 동맹국들이 경제발전과 복지국가에 투자하는 동안 이들의 안보를 공짜로 책임져주었고, 그사이 미국 산업기반은 공동화되고 중국이 최대 위협으로 부상했다는 것이다.

이제 허울 좋은 명분과 "끝없는 전쟁"의 수렁에서 벗어나 철저히 미국 실리만 챙기는 '현실주의' 외교를 해야 하며, 유럽과 중동은 더 이상 개입할 여력도 없고 사활적 이익도 아니라고 본다. 적절한 지역 세력균형을 유지하면 러시아와 이란의 위협은 유럽과 이스라엘 등 동맹국들이 알아서 감당할 수 있다고 본다. 이제 대규모 불법이민과 마약 유입을 막기 위한 국경 방어와 그린란드, 파나마운하 등 미국의 '안방'인 서반구 지역에 신경 써야 할 때라는 인식이다.

관건은 최대 위협인 중국에 대한 향후 대응이다. 트럼프는 매우 모순적인 대중국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다. 한편으로 관세부과와 첨단기술 공급망에서 배제 등 경제적 디커플링, '힘을 통한 평화' 등 강력한 군사 억제를 추진할 듯한 자세다. 하지만 트럼프는 시진핑을 훌륭한 지도자라 칭하며 자신과 좋은 관계라는 점을 강조하고, 거래하겠다는 메시지도 계속 보낸다. 트럼프 주위에는 밴스 부통령, 엘브리지 콜비 국방차관 지명자 같은 '중국 견제 우선론자(prioritizers)'도 있지만, 중국과 충돌을 피하고 타협을 선호하는 일론 머스크 정부효율부(DOGE) 수장,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등 협상론자들도 있다. 이들 중 누가 트럼프의 귀를 잡을지, 그래서 과연 중국과 어떤 거래를 할지가 향후 미국의 동아시아 정책 향방을 좌우할 것이다.

트럼프의 대중전략을 가늠할 수 있는 리트머스지는 대만이다. 바이든 전 대통령은 재임 중 네 번이나 대만 방어를 언급했지만, 트럼프는 지금까지 일절 함구하고 있다. 최근 워싱턴 싱크탱크들에서는 대만은 미국에 실존적 이익이 아니고, 대만 문제로 중국을 과도하게 자극해서는 안 된다며 '개입 자제론'에 힘을 싣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향후 트럼프 정부 대응이 주목된다.

공급망 재편, 북핵 억제, 한미동맹 등 우리 국익에 사활적 이슈들은 미국의 대중전략에 큰 영향을 받을 것이다. 상호관세 등 개별 현안도 잘 챙겨야 하겠지만 트럼프 정부 전략적 사고의 흐름과 방향도 결코 놓쳐서는 안 된다.

최원기 국립외교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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