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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오로지 대한민국!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3.27 18:49

수정 2025.03.27 19:41

오동윤 동아대 경제학과 교수
오동윤 동아대 경제학과 교수

12월 3일 느닷없는 계엄. 그리고 100일이 훌쩍 지났다. 계엄과 탄핵이 한국을 뒤덮었다. 하루도 편할 날이 없다. 국회든 방송이든 가시 돋친 독설로 가득하다. 그러면서 모두 헌법재판소만 바라본다.

대한민국이 기댈 곳은 헌법재판소뿐이다.

이마저도 쉽지 않아 보인다. 거리를 메운 보수와 진보는 격정을 토로한다. 모두 헌법재판소를 겁박한다. '우리가 너희를 지켜보고 있다.' 탄핵심판은 꼭 전원일치일 필요는 없다. 법은 보는 이마다 해석을 달리할 수 있다. 그래도 전원일치면 왠지 덜 불안했다. 그러나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심판 결과는 갈렸다. 재판관들마저 색깔을 드러내는 것 같다.

혼란스럽다. 뭐가 옳은지 잘 모르겠다. 법정에 선 대통령은 초췌했다. 측은지심이 일었다. 구속취소가 내려진 날 지지자들은 칼바람을 맞으며 대통령을 반겼다. 대통령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측은지심은 불쾌함으로 바뀌었다. 야당은 탄핵 9전 9패다. 송구하단 말 한마디는 할 줄 알았다. 아랑곳하지 않고 오늘도 '줄탄핵'이다. 마치 이길 때까지 가보자는 독기만 남은 듯하다. 여당도 별반 다르지 않다. 나라를 걱정하기보단 관심에 목매는 '관종' 정치만 가득하다.

돼도 걱정, 안 돼도 걱정이다. 탄핵당하면, 60일 이내에 대통령 선거를 치른다. 미래에 대한 논의는 애당초 글렀다. 정권에 매몰된 이전투구식 선거가 뻔하다. 누군가 뽑힐 것이다. 또 다른 시련의 시작일 뿐이다.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이 돌아온들 온전히 국정에 전념할 수 있겠나? 민심은 들끓고, 야당의 투쟁은 거칠어질 것이다. 국민은 불안에 떤다.

계엄 후 100여일이 흘렀다. 무정부 상태와 다름없다. 대한민국이 처한 현실은 고단하기 짝이 없다. 산불로 경상도 전체가 벌겋게 달아올랐다. 난데없이 땅이 꺼져 안타까운 목숨을 잃었다. 의대정원 문제는 1년째 진행형이다. 결국 애꿎은 학생들만 제적될 판이다. 임신부가 2시간 '응급실 뺑뺑이'를 돌았다. 급기야 구급차 안에서 아기를 낳았다. 그런데 여야는 아무도 나서지 않는다. 집회 현장에서 독설을 퍼붓는 게 일상이다.

경제는 그야말로 최악이다. 며칠 전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자료는 충격적이다. 임금근로자에서 자영업으로 전환한 사람 중 58.8%가 50세 이상이다. 이들 중 83.4%가 고용원 한 명도 없는 '나 홀로 사장님'이다. 게다가 48.8%가 월 최저임금(209만6270원)에 미치지 못하는 소득을 벌고 있었다. 우린 창업이 일자리 창출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이제 창업은 가슴에 응어리 한 움큼 떠안고 시작하는 삶의 고통이다.

일자리 하나가 소중하다. 근데 지난 25일 현대차는 31조원의 미국 투자를 발표했다. 미국에서 1300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단다. 관세 압박이 워낙 거세니 어쩔 수 없었을 게다. 거기에 대한항공은 미국과 48조원의 구매계약을 체결했다. 미국과 한국의 담당부처 장관이 함께했다. 이쯤 되면, 아무리 미국이라 해도 배알이 뒤틀린다. 미국이 한국에 조공을 바치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어찌하랴, 받아들여야지.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 간다. 국론은 분열됐고, 정치는 실종됐고, 경제는 멈췄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갈등과 대립을 반복한다. 극단의 진영논리만 가득하다. 이제 그만했으면 좋겠다. 한국 정치는 갈등의 골이 너무 깊다. 존경받는 정치인도 없고, 갈등을 조정하는 노련한 정치인도 없다. 갈등을 풀기보다 갈등에 기댄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 오로지 정권에만 몰두한다.

이제 대통령 탄핵심판은 어쩔 수 없다. 적어도 심판 이후엔 누구든 인정하고 평화를 되찾았으면 좋겠다. 보수도 아니고, 진보도 아니다. 그들도 가슴 한가운데 대한민국은 있을 것이다. 오로지 대한민국만 봐야 한다. 모든 게 멈춰 선 대한민국을 다시 돌려야 한다.

오동윤 동아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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