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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지속가능한 복지국가’와 재정건전성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0.27 18:22

수정 2022.10.27 18:22

[서초포럼] ‘지속가능한 복지국가’와 재정건전성
현대 재정학의 아버지로 일컬어지는 리처드 머스그레이브는 정부의 기능을 시장실패의 시정, 소득분배 개선, 경기 안정화로 정리했다. 이러한 정부 기능의 분류와 이해는 여전히 현대 국가에도 잘 적용된다. 국민은 정부를 통해 정부 개입 없이는 시장에서 효율적 배분이 이뤄질 수 없는 국방, 도로, 공해, 공교육 등이 효율적인 수준까지 제공되고 사회 안정성을 해치는 소득 불평등이 완화되고 저축 감소, 경제 불안정성 증가 등을 초래할 수 있는 경기변동을 완화시키고자 한다.

이러한 여러 정부의 기능을 통해 국민이 궁극적으로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나라를 포함해 여러 국가와 국제기구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 "동반성장" "균형성장" 등을 정부의 목표로 제시하곤 했다. 하지만 어떠한 수식어가 앞에 붙더라도 "성장"이 정부의 목표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성장은 근본적으로 목표라기보다는 수단의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지속 가능한 복지국가(sustainable welfare states)'를 정부의 목표로 설정할 것을 제안한다. 성장·분배·일자리는 수단으로, 국민이 잘살고 사회가 통합된 "복지국가"를 이루는 것을 목표로 하자는 것이다. 단 이러한 복지국가 앞에는 반드시 "지속 가능한"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인기영합적이고 근시안적인 복지정책은 국가의 재정을 파탄내고 경제위기를 초래해 지속 가능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재정적 지속 가능성은 문재인 정부에서 크게 훼손됐다. 국회예산정책처 재정경제통계시스템의 데이터를 이용해 국가채무의 연평균 증가폭을 정권별로 산정해 보면 문재인 정부는 2.74%p로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1.02%p,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1.15%p의 2.5배에 이르는 수준을 보이고 있다. 더욱이 지난 정부의 국가채무 증가요인을 살펴보면 코로나로 인해 불가피하게 증가한 것이 아니라 코로나 이전에 이미 여러 재정규율들이 훼손되고 방만한 재정운영 기조가 들어와 있었다.

다행히도 윤석열 정부는 재정건전성 회복을 중요 국정운영 목표로 제시하고, 이에 부합하는 내용으로 2023년 예산안을 작성했다. 예산안과 함께 국회에 제출된 국가재정운영계획에 제시된 국가채무 수치를 이용해 산정하면, 향후 국가채무 연평균 증가폭은 0.63%p로 나타나 지난 정부 연평균 증가폭의 4분의 1 정도로 개선됐다. 중장기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해 재정준칙 도입도 추진되고 있는데, 거의 모든 선진국이 이미 재정준칙을 운영하고 있음을 고려해 조속히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재정건전성을 잘 유지하면서 합리적이고 균형 잡힌 복지제도를 정착시켜 나간다면 필자는 우리나라가 지속 가능한 복지국가로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 우리나라는 우수한 인재, 사회 통합성, 산업 경쟁력 등을 기반으로 지난 반세기를 조금 넘는 동안 개발도상국에서 고소득 국가로 발전했다.
이제는 우리가 성장이라는 양적 변화를 넘어 복지국가로의 진화라는 질적 변화도 성공적으로 이뤄낼 것으로 기대한다.

이영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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