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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소비침체로 경기 싸늘, 수출호조 착시에 빠져선 안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9.08 18:42

수정 2024.09.08 18:42

수출 잘돼 경상수지 대폭 흑자 예상
내수는 내리막길 지속, 대책 나와야
(한은 제공) 사진=뉴스1
(한은 제공) 사진=뉴스1
수출회복이 내수진작으로 이어지지 않는 양극화가 한국 경제에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현대경제연구원이 8일 내놓은 보고서 내용이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연간 경상수지 흑자가 당초 전망인 630억달러를 크게 초과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강한 수출 호조세를 중심으로 경기회복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말대로 될지는 더 두고봐야 할 것이다.

현재 우리 경제 흐름을 보면 연구원은 양극화라고 표현했지만 수출과 내수의 디커플링(탈동조화)이라고 부르는 게 맞는다. 수출의 온기가 내수로 전달돼서 전체 경기가 살아나야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수출 호조에도 불구하고 2·4분기 국내총생산(GDP)은 0.2% 역성장했다.

최 부총리는 설비투자가 2개월 연속 개선되고 가계 실질소득도 2·4분기에 플러스로 전환되는 등 내수가 살아나는 조짐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민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여전히 싸늘하다. 연구원이 고금리·고물가, 소득정체 등 구매력 여건이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한 것처럼 생활물가는 치솟는데 소득은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치상으로는 물가가 안정되고 있다지만 소비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월급 빼고 다 올랐다는 인식이 팽배하니 지갑을 열어 돈을 쓸 생각을 할 수 없는 것이다. 사실 수출이 호조인 것은 맞지만 반도체와 자동차 수출이 상당한 부분을 차지한다. 달리 말하면 일부 대기업 업종만 수출과 판매가 잘되고 있지 대다수 기업들은 그렇지 못하다는 뜻이다.

일부 업종과 기업이 주도하는 수출 호조는 일종의 착시효과를 부를 수 있다. 전체 업황과 경기는 여전히 나쁜데 몇몇 기업의 호황이 전체 기업의 어두운 그늘을 가리고 좋게 보이게 하는 것이다. 일부 업종의 수출 호황이 전체 내수에 영향을 미쳐 낙수효과를 거두는 데는 예상보다 긴 시간이 걸릴 수 있다.

특히 부동산 가격 앙등이 내수에 악영향을 초래할 수도 있다. 가계부채 증가는 소비둔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국에서 경기침체론이 계속 나오고 있어 경기회복 움직임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정부로서는 좋은 면만 바라보며 안이한 태도로 일관하지 말고 내수진작을 위한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

금리를 내려 경기를 살리려 해도 시간이 걸린다. 연구원은 "금리인하가 4·4분기에나 가능하다는 점을 감안, 정책 공백기 동안 경제심리 안정을 위한 '브릿지 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몇 달 안 되는 기간이지만 금리를 내리기 전까지 뭔가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뜻이다.

연구원은 대안까지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가시적 대책이 요구된다.
가계부채를 억제하고 물가를 더 안정시키는 노력을 보여주는 게 첫째다. 재정집행 속도를 높이고 어려운 취약계층을 지원해야 한다.
내수를 살리는 대규모 세일행사를 앞당겨 여는 것도 고려해봄 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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